[이란전 분석]또 세트피스 실점, '더티 축구'에 당한 한국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0-17 03:50


전반은 선전했다. 후반 9분 쇼자에이가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면서 수적으로 우세했다.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한국 축구는 테헤란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4차례 원정길에 올라 2무2패다. 최 감독은 이란 원정 첫 승의 새 역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적지는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한국이 17일(이하 한국시각)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3경기 연속 무패행진(2승1무)을 달리던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첫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승점은 7점에서 멈췄고, 이란이 승점 3점을 챙겨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은 이란과 승점 7점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차(한국 +5, 이란 +1)에 앞서 간신히 1위 자리를 지켰다. 최종예선은 반환점을 돌았다. 6일 같은 조의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이 카타르를 1대0으로 꺾고 승점 5점(1승2무1패)으로 3위에 올랐다. 조 1, 2위가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쥔다. 최강희호의 갈 길이 험난해졌다.

또 세트피스에 당하다

세트피스는 가장 골을 쉽게 넣을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달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벡전 2골에 이어 이날 이란전의 1골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온 실점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후반 30분 데자가가 페널티에어리어 바깥쪽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의 발에 맞고 뒤로 흘렀고, 쇄도하던 네쿠남이 오른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우즈벡전은 2골 모두 코너킥이었고, 이날은 프리킥이었다.

세트피스에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맨투맨 수비에서 자기가 맡은 선수는 철저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세트피스 수비는 또 숙제로 남았다.

반면 한국은 기성용의 예리한 킥을 앞세워 세트피스에서 수차례의 기회를 맞았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골대 불운에 울었다. 세트피스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수적 우세 왜 활용하지 못했나


결전을 이틀 앞둔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섀도 스트라이커에 손흥민과 오른쪽 날개에 이청용을 선발로 투입할 것을 암시했다.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의도였다. 하루 전 전술이 바뀌었다. 손흥민 자리에는 힘과 높이가 뛰어난 1m96의 장신 김신욱을 내세웠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대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그림이었다. 또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궈주면 박주영이 해결하는 공격 패턴을 염두에 뒀다. 이청용 자리에는 이근호였다.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했다. 10만명을 수용하는 아자디스타디움은 고지대인 해발 1273m에 위치해 있다. 체력과 고지대 적응은 직결된다. 이청용은 긴 부상 터널을 뚫고 지난달 우즈벡전에서 A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10분 교체됐다. 최근 소속팀에서 주전에서 밀려 최 감독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후반을 고려한 포석이었다.

갱 그대로였다. 후반 손흥민과 이청용이 김보경과 이근호 대신 차례로 투입됐다. 하지만 단조로운 공격패턴에 활로를 찾지 못했다. 김신욱을 활용한 고공플레이에 집착했다. 짧은 패스를 위주로 한 아기자기한 플레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패스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수적 우세를 누리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이란 '더티 축구'에 휘말려

이란의 거친 플레이는 역시 악명이 높았다. 시종 한국 선수를 위협하는 '살인적인 태클'로 위해를 가했다. '할리우드 액션'도 난무했다. 축구가 아닌 격투기에 가까웠다. 후반 30분 네쿠남이 골을 넣은 후에는 지연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카를로서 케이로스 이란 감독마저 주심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그래도 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태극전사들의 몫이다. 10만명의 광적인 응원에다 산만한 그라운드 상황으로 태극전사들은 중심을 잡지 못했다. 결국 이란의 '더티 축구'에 휘말린 꼴이 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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