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누가 멈추나, '인간계 최강' 팔카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10-14 16:22


호랑이의 포효에 신들도 긴장하고 있다. '인간계 최강'이라 불리는 라다멜 팔카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기세가 무섭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신계와 인간계로 나뉜다'고 표현한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프리메라리가를 주름잡고 있는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신계,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을 인간계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1,2위와 3위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2009~2010시즌 2위 레알 마드리드와 3위 발렌시아의 승점은 무려 25점차였고, 지난 시즌엔 마침내 30점차까지 벌어졌다. 신계와 인간계라는 표현이 무리가 아닐 정도다. 신계의 중심에는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이들은 매경기 한골 이상의 경이로운 득점력으로 프리메라리그를 초토화시켰다. 인간계에 대항마가 등장했다. '호랑이' 팔카오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팔카오는 메시와 호날두(이상 8골)를 제치고 프리메라리그 득점 단독 1위(9골)에 올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6승1무·골 득실 10)는 팔카오의 활약 덕분에 현재 바르셀로나(6승1무·골 득실 12)에 골 득실에서 뒤진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팔카오의 득점행진은 리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팔카오는 12일 콜롬비아 바란퀼라에서 열린 월드컵 남미 최종예선 8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올리며 콜롬비아의 4대0 대승을 이끌었다. A매치 3경기 연속골이다. 팔카오가 메시-호날두에 비해 전력이 약한 팀에서 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득점력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팔카오는 1986년 2월 10일 콜롬비아의 수도 팔카오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에는 재밌는 일화가 있다. 팔카오의 아버지는 콜롬비아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이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수비수가 아닌 1980년대 브라질대표팀의 공격수였던 팔카오 같은 공격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스페인식 이름이 아닌 포르투갈식 이름을 지어줬다. 콜롬비아는 스페인어를 쓴다.

그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축구천재였다. 15세에 아르헨티나의 명문 리베르 플라테의 유니폼을 입었다. 곧 성인무대에 데뷔한 팔카오는 4시즌 동안 45골을 넣었다. 신장이 1m77에 불과하지만 공중볼에 능했고,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팔카오는 말그대로 득점기계였다. 메시가 바르셀로나로 떠나기 전에 "자기의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5년 오른쪽 무릎인대 부상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06년 1월 프리시즌에 복귀했지만, 같은 무릎의 십자 인대가 다시 한번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팔카오는 점점 잊혀진 이름이 됐다. 예전의 명성은 사라졌다. 칼을 간 팔카오는 2007년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몸싸움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즐겼던 팔카오는 부상 중 '위치선정의 귀재'로 불린 필립포 인자기의 경기 장면을 분석하며 영리함까지 더했다.

돌아온 팔카오에게 유럽팀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팔카오의 선택은 포르투갈의 명문 FC포르투였다. 팔카오는 입단 첫해부터 골을 쏟아냈다. 두 시즌 동안 87경기에서 무려 71골을 터뜨렸다. 2010~2011시즌 유로파리그에서 득점왕(17골)을 차지하며 전유럽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팔카오는 두번째 도전에 나섰다.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팔카오를 향해 러브콜이 쏟아졌다.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디에고 포를란 공격 듀오를 떠나보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그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2011~2012시즌 4000만유로(약 570억원)라는 거액의 이적료에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다.

팔카오의 득점포는 스페인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이적 첫해 득점 3위(24골)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두시즌 연속 유로파리그 득점왕(12골)을 차지하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유럽 우승컵을 안겼다. 올시즌에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메시, 호날두에 버금가는 공격수로 떠올랐다. 그의 주가가 상승하며 부자구단들의 구애가 더욱 거세졌다. 맨시티는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이 직접 그의 경기를 관전했으며, 올시즌 유럽슈퍼컵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첼시의 우승을 좌절시킨 모습을 직접 본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팔카오의 영입을 위해 4600만파운드(약 887억원)을 투자할 뜻을 내비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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