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 이란 고지대 원정 왜 힘들까, 축구와 상관관계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0-09 17:22 | 최종수정 2012-10-10 10:44



역대전적에서 9승7무9패로 팽팽하다. 원정경기 전적은 또 다르다. 한국 축구는 이란 테헤란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4차례 원정길에 올라 2무2패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이 가장 최근의 이란 원정(2009년 2월 11일·이하 한국시각)이다. 당시 이란 축구의 간판 자바드 네쿠남(에스테그랄)은 주장이었던 박지성(QPR)을 향해 "아자디스타디움은 지옥이 될 것"이라고 도발했다. 박지성도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첨예한 신경전 속에 치러진 대결은 1대1 무승부로 끝이 났다. 공교롭게도 네쿠남이 선제골,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지옥이었다. A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지성이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건 처음이었다"며 탄식했다. 그 곳은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17일 오전 1시30분)을 위해 8일 출국한 최강희호는 9일 이란에 도착했다. 세월만 흘렀을 뿐 바뀐 것은 없다. 격전지는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이다. 이란은 또 '지옥'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최 감독은 사상 첫 이란 원정 승리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며 맞불을 놨다.

결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이다. 최대 현안은 역시 고지대 적응이다. 12만명을 수용하는 아자디스타디움은 해발 1273m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1288m)에서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고지대 원정은 왜 힘들까. 객관적인 전력이 통하지 않는다. 일례로 메시, 테베스, 이과인 등이 포진한 아르헨티나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남미지역예선에서 고산 지대에 진땀을 뺐다. 2009년 4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해발 3600m)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1대6으로 대패했고, 6월 에콰도르 키토(해발 2800m) 원정에서는 0대2로 또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쟁쟁한 스타들은 골은 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아자디스타디움은 2000, 3000m대는 아니지만 고지대라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다. 고지대에선 산소의 양은 비슷하지만 밀도가 낮아져 똑같이 숨을 쉬어도 산소 섭취가 힘들어진다. 평지에 비해 운동하는 근육으로 산소 운반이 자연스럽게 저하된다. 체육과학연구원에 따르면 해발 1000m당 10%의 운동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아자디스타디움의 경우 운동능력이 약 13% 저하된다.

몸시계를 고지대에 맞춰야 한다. 고지대 적응에는 선수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3일 정도는 소요된다고 한다. 최강희호가 일주일 전 조기에 테헤란에 입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 감독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산소탱크' 박지성이 느꼈던 것처럼 훈련과 실전은 분명 다르다.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대한 효율적인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강희호의 고지대 적응 훈련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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