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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전-강원전 양팀의 공격수 케빈(대전)과 지쿠(강원)가 나란히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두 선수가 한꺼번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K-리그 사상 두번째다. 데얀은 현재 25골로 K-리그 한시즌 최다골 기록(김도훈 28골)에 도전중이다. 올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진기명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토종 공격수들의 부진은 안타깝다.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현역시절 99골 68도움을 기록한 'K-리그 레전드' 신태용 성남 감독은 "한국 공격수들에게 악착같은 맛이 없다"고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를 했다. 황선홍(포항) 최용수(서울) 등 초특급 스트라이커 출신 감독 역시 이구동성으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 프로무대에서 한국선수-외국선수를 편가를 이유는 없다. 그러나 K-리그는 대한민국 축구의 젖줄이자 자존심이다. 축구는 골맛이다. 토종 공격수의 골과 인기는 K-리그의 인기로 직결된다. 10일 현재 K-리그 득점랭킹 톱10에는 이동국-김은중, 단 2명의 30대 한국 공격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박주영의 뒤를 이을 '부동의 스트라이커'가 사라졌다.
지난시즌 대비 득점 '톱20' 토종선수 12명 → 7명
지난해 득점랭킹 '톱20'까지 살펴보면, 양동현(당시 부산, 9골) 한상운(당시 부산, 9골) 임상협(부산, 9골) 염기훈(당시 수원, 9골) 곽태휘(울산, 9골) 송제헌(대구, 8골) 이승기(광주, 8골) 박성호(대전, 8골)가 이름을 올렸다. 무려 12명의 국내선수가 포진했다. 올시즌 '톱20' 리스트에는 김신욱(울산, 11골, 13위) 서동현(제주, 11골, 14위) 송제헌(대구, 10골, 15위) 이근호(울산, 8골, 18위) 김인한(경남, 8골, 20위) 등의 이름이 보인다. 20위 내에 국내선수는 7명에 불과했다.
올시즌, 토종 공격수들의 '빈공'이 기록으로 여실히 증명된다. 반면 외국인 공격수들의 강세는 괄목할 만하다. 데얀이 25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몰리나(서울, 17골), 케빈(대전, 15골), 에닝요(전북, 14골), 자일(제주, 14골), 산토스(제주, 13골), 까이끼(경남, 12골), 라돈치치(수원, 11골) 등이 줄줄이 '톱10'에 진입했다.
토종 공격수 왜 부진한가
2년 연속 '톱20'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이동국 송제헌 등 단 2명뿐이다. 그렇다고 눈에 번쩍 띄는 '뉴페이스'도 없다. 그나마 지난해 8골(21위), 올시즌 11골(13위)을 기록중인 김신욱의 성장이 반가운 정도다.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공격수 대부분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베테랑들이다. 경찰청에 입대한 양동현 염기훈을 제외한다 해도 스트라이커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포지션별로 보면, 유독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나란히 9골을 터뜨리며 부산 그라운드를 후끈 달궜던 한상운 임상협은 동반 부진에 빠졌다. 한상운은 성남이적 후 16경기에서 1골1도움에 그쳤다. 임상혐은 30경기에서 2골1도움이다. 지난해 8골7도움을 기록한 윤빛가람 역시 올시즌 성남 이적후 25경기에서 1골3도움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8골2도움으로 신인왕을 수상한 이승기는 올시즌 2골10도움이다. 골은 줄고 도움은 늘었다.
스플릿시스템 도입 이후 재미보다는 안정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그라운드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수비벽은 한층 두터워졌고, 공격수들에게 좀처럼 뚫기 힘든 까다로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경기수가 늘어나면서 체력적인 부담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도 이어졌다. 리그 후반기로 갈수록 탁월한 개인기와 우월한 체력조건을 갖춘 외국인선수들에게 밀리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종 스트라이커의 '거룩한 계보'가 끊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흘러나온다. 황선홍 최용수 김도훈 이동국 박주영의 뒤를 이을 '원샷원킬' K-리그 공격수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고 있다. 2년째 톱10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동국 김은중 등 30대 형님들의 투혼과 집중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더 절실해야 하고 더 악착같아야 한다. 감독들이 한목소리로 공격수들의 근성을 질타하는 이유다. "K-리그 공격수들을 보면 한 골을 넣으면 안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두 골, 세 골을 더 넣을 수 있게 골에 대한 배고픔을 가져야 한다." FC서울 공격수 데얀의 2년 전 인터뷰 코멘트 역시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