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경기 대기록 김병지 "나는 의사도 과학자도 아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0-07 20:42


프로축구 서울과 경남의 경기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600경기 출전 대기록을 세운 김병지가 경기 종료후 팬에게 꽃다발을 선물받고 있다.
상암=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07/

20대 때는 건강하면 다 됐다고 했다. 30대 때는 경험으로 지탱했단다. 40대 때는 운동만 잘해 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단다.

표정은 담담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강산이 두 차례나 바뀌었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병지(42·경남)가 K-리그 통산 6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5라운드(스플릿 5라운드) 서울과의 원정경기에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은 0대1로 패했지만 그의 발자취는 화려한 빛으로 채색됐다.

20년 전인 1992년 K-리그에 데뷔한 그는 걸어다니는 신화다. 울산, 포항, 서울, 경남 유니폼을 입고 21시즌 동안 변함없이 그라운드에 섰다. 굴곡은 있었지만 지나온 길은 전인미답이다. K-리그 최초로 500경기(2009년 11월 1일)에 출전했다. 골키퍼 최초로 골(1998년 10월 24일)을 터뜨렸다. 처음으로 200경기 무실점 기록(2012년 2월 6일)을 세웠다. 또 2004년 4월 3일부터 2007년 10월 14일까지 153경기 연속 무교체 출전 기록도 갖고 있다. 한 시즌을 교체 없이 모두 소화한 선수에게 주는 특별상을 7차례나 수상했다.

그가 그라운드에서 서면 역사다. 600고지를 밟은 그는 '기록의 사나이'다. 김병지는 "500경기 출전을 이룬 것이 2009년이다. 3년의 시간동안 이뤄낸 100경기가 너무 소중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 노력했다. 가족들에게 큰 보람을 남겼다"며 소감을 밝혔다.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선수 생명에 지장을 주는 술, 담배와는 담을 쌓았다. 잘 쉬고, 잘 먹었다. 그 결과,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금자탑을 세웠다. "부모님이 잘 물려주셨다. 그게 첫 번째다. 술, 담배, 몸무게를 20년간 꾸준하게 관리했다. 남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을 절제하면서 왔다. 지금 컨디션을 봐서는 4∼5년 더 가능할 것 같다. 700경기 출전도 달성할 수 있다. 이제 100경기 남았다."

또 다른 목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재계약을 해야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그는 "지나 온 21년보다 앞으로 100경기가 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의미있다. 절제와 노력이 훨씬 더 커야 한다"고 했다. 예전 그의 전매특허는 꽁지머리였다. 요즘은 색깔이 화두다.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700경기 출전을 기록을 작성하면 꽁지머리에다 빨간색 염색으로 멋진 모습을 그려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착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김병지는 "항상 700경기를 마음 속에 새기겠지만 명분있는 은퇴가 된다면 내일이 될 수 있다. 현재 선수 생활을 하고 있으니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의미있는 일이 있다면 은퇴 명분이 될 것이다. 만약 700경기에 출전하면 그 날이 은퇴하는 날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도 축구 선수다. 축구 선수 중 나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더라. 꿈을 키우는데 멘토가 아빠라는 것이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의사도 과학자도 아니다. 후배들이 나를 보면서 더 긴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병지의 바람이었다.

한편, FC서울의 몰리나는 도움 역사를 새롭게 썼다. 이날 박희도의 선제골을 배달한 그는 16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동국(전북)의 15개를 넘어 정규리그 최다 도움 기록을 갈아치웠다. '도움의 제왕'에 등극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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