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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이정수 제외, 칼 빼든 최강희 감독, 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9-26 10:47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이란전에 출전할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강희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9.26/

최강희 A대표팀 감독(53)은 달변가다. K-리그 전북 현대 시절부터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정곡을 찔렀다. 결과는 두 번의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귀결됐다. 수더분한 얼굴에 느릿한 말투로 '봉동이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디까지나 바깥의 모습일 뿐이다. 제자들에게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필요한 시기가 되면 조용히 불러 이야기를 하면 그만이다.

이런 최 감독의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고전 끝에 2대2 무승부에 그쳤다. 승리를 자신하고 나섰던 경기였던 만큼, 충격도 컸다. 어지간하면 '긍정 마인드'로 뚫고 나아가는 최 감독도 고개를 숙였다. "판단미스가 있었다." 최 감독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이동국(33·전북)-이정수(32·알사드) 공수의 대들보를 모두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꺼냈다.

이동국은 자타공인 '최강희의 남자'였다. 이동국은 최 감독 부임 이후 A매치 6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월드컵을 경험한 '베테랑' 이정수도 최 감독의 구미에 맞는 수비수였다. 5번의 경기에서 후방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우즈벡전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이동국은 한골을 넣었지만 공격의 흐름을 끊기 일쑤였고, 이정수는 허둥지둥 대며 수비불안을 야기했다. 최 감독은 "이미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나고 이동국과 이정수를 제외할 것을 마음 먹었다"고 했다. 분위기 쇄신 차원이었다. 그는 "나이든 선수가 경기에 못나가면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노장 선수는 절대적으로 경기력이 우선이다. 후배들이 인정할 수 있는 경기력을 유지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분위기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두 선수를 선발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우즈벡전 실패의 원인으로 정신력 해이를 꼽았다.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설때 자부심도 있어야 하지만 그에 맞는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그런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표팀은 절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내 스타일상 강제적으로 시키기 보다는 선수들이 만들어가도록 유도한다. 경기장에 나서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멘탈 교육이나 정신적인 부분은 다시 점검을 해야겠다. 이번 경기에서도 잘 못 된다면 어떤 선수도 다시 대표팀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이동국-이정수 두 베테랑을 제외한 최 감독의 선택은 힘든 이란 원정을 감안해 분위기를 전환하고 젊은 선수들로 적극적인 경기를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두 선수의 제외가 세대교체의 시발점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기력만 뒷받침된다면 다시 한번 대표팀에 부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최종예선 통과가 먼저다. 그 다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본선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같이 병행하기에는 대표팀이 모여서 훈련하는 시간,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갈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 뒤,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상대에 따라 전술에 따라 어떤 선수도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결단으로 대표팀은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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