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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A대표팀 감독(53)은 달변가다. K-리그 전북 현대 시절부터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정곡을 찔렀다. 결과는 두 번의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귀결됐다. 수더분한 얼굴에 느릿한 말투로 '봉동이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디까지나 바깥의 모습일 뿐이다. 제자들에게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필요한 시기가 되면 조용히 불러 이야기를 하면 그만이다.
최 감독은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우즈벡전 실패의 원인으로 정신력 해이를 꼽았다.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설때 자부심도 있어야 하지만 그에 맞는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그런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표팀은 절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내 스타일상 강제적으로 시키기 보다는 선수들이 만들어가도록 유도한다. 경기장에 나서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멘탈 교육이나 정신적인 부분은 다시 점검을 해야겠다. 이번 경기에서도 잘 못 된다면 어떤 선수도 다시 대표팀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이동국-이정수 두 베테랑을 제외한 최 감독의 선택은 힘든 이란 원정을 감안해 분위기를 전환하고 젊은 선수들로 적극적인 경기를 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두 선수의 제외가 세대교체의 시발점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기력만 뒷받침된다면 다시 한번 대표팀에 부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최종예선 통과가 먼저다. 그 다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본선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같이 병행하기에는 대표팀이 모여서 훈련하는 시간,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갈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 뒤,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상대에 따라 전술에 따라 어떤 선수도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결단으로 대표팀은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