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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레알vs맨시티'에 이은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첼시vs유벤투스'. 호날두의 극적인 결승골에 버금가는 골 하나가 안 터진 게 살짝 아쉽긴 하지만, 경기 내용을 견주었을 땐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오스카가 연이어 두 골을 작렬한 데 이어, 비달의 추격골에 콸리아렐라의 동점골까지 터뜨리며 2-2로 막을 내린 빅 매치, 두 팀이 일궈낸 승부에서 인상 깊었던 선수는 누구였을까. 팀 별로 한 명씩 꼽아보자.
4-2-3-1 중 3의 중앙에 배치된 오스카가 전반 초반부터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 보인 건 아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오스카를 거치기보다는 측면 크로스에 의존하는 패턴이 많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첼시 입장에선 키엘리니-보누치-바르잘리의 플랫 3, 그리고 이 라인을 감싸는 마르키시오-피를로-비달이 누린 중앙에서의 수적 우세와 활동량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싶다. 이런 상황에서 원톱 토레스가 측면으로 많이 빠졌을 경우 아자르와 하미레스가 적극적으로 중앙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오스카는 외로울 수밖에 없었고, 이 선수만으로 유벤투스의 수비 진영을 뒤흔들어놓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오스카의 존재감은 전반 30분을 넘으면서 대폭발했다. 보누치의 몸을 맞고 골문으로 향한 첫 번째 골과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두 번째 골은 그의 이름을 아로새기기에 충분했다. 이와 함께 활동량을 살린 움직임도 증가했다. 램파드-미켈로는 아쉬움이 남았던 중앙으로 내려와 볼 점유율을 높였고, 토레스나 아자르, 하미레스가 볼을 잡았을 땐 득점할 수 있는 위치까지 부지런히 올라갔다. 메이렐레스가 없는 상황, 수비형 미드필더의 힘이 약해 조금 더 강하게 밀고 올라오면서 공격수들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첼시의 약점까지 보완한 것이 바로 오스카의 플레이였다.
수비수 키엘리니와 함께 볼 터치 횟수 78회로 팀 내 1위를 기록한 비달. 다리를 절뚝이며 뛰었음에도 활동량은 상당했다. 첼시의 맥을 적절히 끊어낸 이 선수의 가로채기는 마르키시오가 조금 더 윗선에서 움직이고, 피를로가 강한 압박을 구사하지 못했던 유벤투스 입장에선 더없이 든든한 요소로 작용했다. 함께 중앙을 구축한 마르키시오-피를로의 짐이 줄었음은 물론이며, 뒤로 물러나 플랫 5에 가까운 전형을 취해 아자르, 에쉴리 콜의 측면 공격을 막아내려 했던 윙백 리히슈타이너까지도 비달의 도움을 받았다. ?
가로채기는 단지 볼의 소유권을 뺏어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첼시 수비진의 실수를 곳곳에서 잘라낸 뒤 공격으로 이어나간 장면은 유벤투스의 원정 무승부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팀 패스 성공률이 82%, 비달의 패스 성공률이 78%였음을 감안했을 때, 조금 더 완성도 높은 공격 전개 패스를 뿌려주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 선수 덕분에 앞선에 위치한 부치니치와 지오빈코가 첼시의 플랫 4 앞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성가심을 유발할 수 있었다.
여기에 순도 높은 골도 빼놓을 수 없다. 첼시의 에쉴리 콜과 이바노비치에 막혀 측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유벤투스는 중앙에서 터진 비달의 중거리 슛팅 골로 숨을 돌렸다. 오스카의 추가골 이후 5분 만에 터진 이 골이 아니었다면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두 골을 따라가는 건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부치니치와 지오빈코가 부지런히 뛰긴 했으나 '골'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에선 부족했던 게 사실, 추격의 끈을 재차 쥐여준 건 단연 비달의 몫이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