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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사퇴 강원, 최대 피해자는 선수단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9-19 22:35 | 최종수정 2012-09-20 08:42


◇남종현 강원 대표이사가 지난 6월 30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성남 일화와의 2012년 K-리그 경기에서 2대1 승리가 확정되자 선수들과 함께 손을 잡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강원FC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 같은 뜻이 녹아있다. 한 단체를 책임지는 수장의 자리라면 책임의 무게는 더욱 커진다. 개인의 영달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조직과 구성원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인 만큼,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강원FC의 수장이 보여준 모습은 흔들리지 않는 나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고심 끝 내린 결정? 팬심은 싸늘

19일 남종현 강원FC 대표이사의 사의 표명에 대한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다. 팀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마당에 발을 빼려 한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강원은 정규리그를 최하위로 마쳐 강등을 다투는 그룹B에 포진했다. 그러나 1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첫 경기에서 패해 꼴찌 탈출에 실패했다. 강원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팬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어려운 시기에 대표이사가 그만둔다고 하는 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팬은 "지금 가장 힘든 게 팬들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단 내에서는 남 대표이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섞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남 대표이사가) 힘이 들 때마다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지만, 곧 돌아왔다. 처음에는 구성원이 동요했지만, 이제는 내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올해도 종종 구단 운영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그런 뜻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남 대표이사의 뜻은 확고하다. 이날 이송학 사무처장과 만남을 가졌으나,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을 뿐이다. 남 대표이사는 "이제 구단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안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피해자는 선수단

방법은 때로는 유할 수도, 극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을 택한 뒤 상황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남 대표이사의 세 번째 사의표명은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더 이상 떨어질 곳조차 없는 상황에서 선수단 사기가 좋을 리 없다. 지난 7월 코칭스태프 전원 교체 뒤 김학범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갖은 노력 끝에 최근 분위기가 조금씩 잡히는 상황이었다. 난데없이 터져나온 대표이사의 사의는 간신히 되살려낸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어지간하면 무덤덤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피말리는 경쟁 속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다. 만에 하나 꼴찌 오명을 털어내지 못하고 강등의 오명을 쓰게 된다면 선수 뿐만 아니라 구단의 미래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엄연한 현실이다.

김 감독은 "한 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라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오직 앞만 보고 있다. "내가 선수들을 챙겨야지 누구를 보겠나. 그저 위기 탈출을 위해 열심히 할 뿐이다." 힘없는 씁쓸한 웃음은 강원이 처한 현실을 대변해주기에 충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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