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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군대' 상무 계속 이렇게 할건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9-18 17:15 | 최종수정 2012-09-19 08:29


프로축구 상주상무가 내년 시즌 2부 리그 강등조치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가졌다. 상주상무 이재철 단장이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9.13/

야심차게 첫 발을 뗀 K-리그 스플릿시스템, 출발은 '파행'이었다.

상무(국군체육부대)가 찬물을 끼얹었다. 2부 리그 강등 결정에 반발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가뜩이나 꼴찌 전쟁으로 김이 빠진 하위리그 그룹B는 상무 사태로 더 어수선해졌다. 상무의 첫 상대인 대구는 규정에 따라 경기도 하지 않고 어부지리로 2대0으로 승리했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K-리그의 전체 판까지 흔들리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우울한 소식 뿐이다. 상무는 퇴로도 열어두지 않은 채 막다른 곳을 향해 달리고 있다. 선수단 25명 중 이미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골키퍼 이상기를 제외하고 24명을 28일 논산훈련소에 입소시키기로 했단다. 지난 2월 입대한 24명은 입대 당시 시즌 준비를 위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지 않았다. 당초 시즌이 끝나는 12월 입소, 기본 교육을 마칠 예정이었다.

연말까지 연고 협약을 한 상주는 상무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대화의 창구는 열려있다고 한다. 상주의 '실낱 희망'은 잔여 시즌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입소하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협상은 끝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도를 떠나 특수 조직인 상무의 극단적인 행보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상무도 엄연히 '국민의 군대'다. 그러나 군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를 상대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볼썽 사납다. 1984년 3군 체육종목의 통합으로 세상에 나온 상무가 걸어온 길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병역 의무는 신성하다. 대한민국 남자의 운명이다. 상무는 구세주였다.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하는 매개체였다. 한국 축구 발전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이 부여한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목표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경기에 참여하는 것은 선수들의 경기의욕을 저하시킴과 동시에 경기 승패에 따라 부정적인 요소의 개입이 우려되기에 후반기 리그에는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자 프로리그에 참가해 왔으나 이미 소기의 성과는 달성하였다고 생각한다." 상무의 거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군의 현주소를 잊은 마치 사조직의 무책임한 투정으로 들릴 뿐이다. '할 것은 다했다. 우리는 빠지면 그만이지'식의 자기 합리화였다. 상무의 '불사조 정신'과도 맞지 않다.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상무는 지난해 K-리그를 강타한 승부조작의 온상이었다. 전-현 선수 십수명이 기소됐고, 감독도 비리에 연루된 후 자살했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상무의 책임은 설명이 필요없다. 소잃고 이제서야 외양간을 고치자는 건지 되묻고 싶다.

상무는 내년 시즌 아마추어 팀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병역 의무의 엄청난 권력을 쥔 그들의 선택이다. 굳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다만 이렇게 물러나서는 안된다. K-리그가 겪고 있는 파행을 끝내야 한다. 이제 13라운드밖에 남지 않았다. 올시즌 첫 시작을 함께 한 만큼 결말도 함께 그려야 한다. 그것이 상무의 유종의 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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