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바'가 야속한 제주와 전북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9-16 17:48 | 최종수정 2012-09-17 09:07


엄청난 위력을 지닌 제16호 태풍 '산바'가 북상하며 한반도 전체를 긴장에 빠뜨렸다. 태풍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제주는 그 체감 강도가 더했다. 시내 곳곳이 비바람으로 흔들렸다. 제주 구단에는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1라운드 경기가 열리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졌다.

경기시각이 다가올수록 비바람이 더 세졌다. 제주의 관계자는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 연고 이전 후 100경기를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최원권이 '작전명 1982'의 오늘의 선수로 나서 서포터즈 풍백과 함께 홈 100경기 개최를 기념하는 떡 1982인분을 준비했고, 제주가 연고 이동 후 가진 전경기를 관전한 팬을 위한 기념식을 거행하려 했다. 그러나 모두 물거품이 됐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올시즌 최소인 978명의 관중만이 입장했다. 제주의 관계자는 "이번에 시에서 태풍에 대한 준비홍보를 대대적으로 했다. 여기에 벌초까지 겹쳤다"며 아쉬워했다. 제주도민은 음력 팔월 초하루가 되면 일제히 벌초에 나선다. 학교들도 특별 방학을 실시할 정도다. 16일은 음력 8월1일이었다. 여기에 태풍까지 겹치며 경기장은 평소 분위기의 절반도 내지 못했다. 관계자들이 쉴새 없이 입을 오물거렸지만, 남은 떡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태풍이 야속하기는 전북도 마찬가지다. 전북 프런트들은 하루종일 발을 동동 굴렀다. 태풍 때문에 뜻하지 않은 '유배' 생활을 할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전북은 태풍을 우려해 17일 귀가하려던 계획을 바꿔 16일 전북으로 이동하려 했다. 구단 전직원이 나서 표구하기 전쟁을 펼쳤다. 제주에서 청주로 가는 오후 8시40분 비행기표를 구했다. 그러나 제주 상황이 좋지 않아 오후 7시20분 비행기로 표를 변경했다. 태풍으로 오후 6시30분을 기해 전 항공편의 결항이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만약 이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면 태풍의 중심에 들어서는 17일도 사실상 이동이 어려워, 꼼짝없이 2일간 제주에 머무르게 될 수도 있었다.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은 결항소식을 듣고 "제주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간다고 생각해야죠"라며 웃었다. 그러나 꼬인 스케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이 감독은 "사실 제주에서 하루 더 쉬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없다. 빗속에서 경기 뒤 회복 훈련도 하지 못해서 선수들의 컨디션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했다. 22일 경남과의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걱정했다. 호텔 숙박기간 연장부터 항공권 변경까지 할 일이 늘어난 전북 프런트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다행히 광주행 비행기는 이륙에 성공했다. 1대0으로 제주를 꺾은 전북은 '컴백홈'까지 성공하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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