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위력을 지닌 제16호 태풍 '산바'가 북상하며 한반도 전체를 긴장에 빠뜨렸다. 태풍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제주는 그 체감 강도가 더했다. 시내 곳곳이 비바람으로 흔들렸다. 제주 구단에는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1라운드 경기가 열리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졌다.
경기시각이 다가올수록 비바람이 더 세졌다. 제주의 관계자는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 연고 이전 후 100경기를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최원권이 '작전명 1982'의 오늘의 선수로 나서 서포터즈 풍백과 함께 홈 100경기 개최를 기념하는 떡 1982인분을 준비했고, 제주가 연고 이동 후 가진 전경기를 관전한 팬을 위한 기념식을 거행하려 했다. 그러나 모두 물거품이 됐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올시즌 최소인 978명의 관중만이 입장했다. 제주의 관계자는 "이번에 시에서 태풍에 대한 준비홍보를 대대적으로 했다. 여기에 벌초까지 겹쳤다"며 아쉬워했다. 제주도민은 음력 팔월 초하루가 되면 일제히 벌초에 나선다. 학교들도 특별 방학을 실시할 정도다. 16일은 음력 8월1일이었다. 여기에 태풍까지 겹치며 경기장은 평소 분위기의 절반도 내지 못했다. 관계자들이 쉴새 없이 입을 오물거렸지만, 남은 떡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