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는 '화합의 스포츠'다. 국가, 인종, 문화, 종교의 벽을 허문다. 물론 그라운드에서는 몸싸움과 신경전이 펼쳐진다. 종목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축구가 만들어낸 상징에 흠집을 내는 것이 있다. 최근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인종차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6년부터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독일월드컵부터 각종 FIFA 주관대회에서 'Say no to Racism(인종차별에 노라고 말하라)'이라는 구호아래 인종차별 금지 선서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여전히 인종차별의 상흔은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유럽파들도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박지성(31·퀸즈파크레인저스) 이영표(35·밴쿠버) 기성용(23·스완지시티) 등은 주로 원정 경기에서 관중들로부터 원숭이 흉내와 울음소리 야유를 종종 들어야 했다. 당연히 인종차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신이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인종차별에 대한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 대한 인식도 좋을 리 없다.
|
박지성이 악수를 거부했던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박지성은 QPR의 주장이다. 강호 첼시를 상대하기 위해선 충만한 사기가 필요했다. 악수 거부 대열에 동참하는 것으로 충분히 하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특히 박지성은 첼시전을 앞두고 매치페이퍼에 장문의 글로 주장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박지성은 "나는 동료들과 맨유에서 얻은 경험을 공유할 것이다. QPR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게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더비(런던을 연고로 한 두팀의 맞대결)는 QPR의 첫 번째 더비다. 나는 경기를 잘하고 싶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 팀을 돕는 주장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소화하고 싶다.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둘째, 퍼디낸드는 맨유와 연관된 선수이기도 하다. 안톤 퍼디낸드는 맨유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의 동생이다. 리오 퍼디낸드는 6월 태국에서 열린 박지성 자선경기에 참가할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다. 그 동생이 홀로 힘겹게 인종차별과 싸우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박지성이 '주장의 품격'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