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살벌했던 그룹B 그리고 씁쓸했던 박항서 감독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9-12 16:08 | 최종수정 2012-09-12 18:07


12일 오전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2012 K리그 그룹B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2013년 승강제를 앞두고 15일부터 순위별 '그룹A'와 '그룹B'로 나눠 운영하는 '스플릿 시스템'을 시작하는 K리그는 1부 리그 잔류를 위한 하위 8팀의 물러설 수 없는 혈전과 우승컵을 향한 상위 8팀끼리의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미디어데이에서 상주 박항서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12.

기존의 미디어데이와는 달랐다. 강등이라는 현실을 마주한 이들에게 웃고 떠들 여유는 없었다.

12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그룹B(9~16위·30라운드 기준)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그룹B에 속한 8개팀(인천, 대구, 성남, 전남, 대전, 광주, 상주, 강원)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했다. 서로 덕담하고 아껴주는 훈훈한 분위기는 없었다. 살벌했다.

살벌한 분위기의 중심에는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이 있었다. 전날 열린 K-리그 이사회에서 상주는 '강제강등'이 확정됐다. 이사회는 상주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클럽라이선스 요건을 맞추지 못한다며 상주를 2부리그로 내려보냈다. 경쟁의 기회 자체를 잃어버린 박 감독은 미디어데이 내내 인상을 구겼다. 박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읍소'와 '뼈있는 말'밖에 없었다.

박 감독은 "10위를 달성해 1부리그에 남는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승점 전략도 이미 짜놓았다. 그런데 어제 강제강등 소식을 들었다. 시즌 14경기가 남은 상태에서 목표의식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고 한탄했다. 이사회에 대해서도 "시즌 중에 발표하는 것이 적절했는지에 의문이 간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뼈있는 말들을 쏟아냈다. 취재진은 8개팀의 감독들에게 '강등 예상팀을 꼽아달라'고 물었다. 다른 감독들은 모두 "우리에게 현실이다.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고 정색했다. "소셜네트워크 때문에 한 팀을 찍었다가 그 팀 팬들에게 공격당한다"는 신태용 성남 감독의 말은 애교 수준이었다. 모두에게 강등은 피하고 싶은 현실이었다.

박 감독만이 유일하게 답을 했다. 짧게 "상주 상무다"라고 했다. 강제강등을 피하지 못하는 처지에 대한 한탄이었다. 미디어데이 말미에 "만약 우리가 9위를 하면 이사회에서 결정된 강제강등을 철회해달라"고 했다. 씁쓸한 항변이었다.

미디어데이가 끝나고 자유 인터뷰 시간에 대부분의 취재진들은 모두 박 감독에게 몰렸다. 이 자리에서 박 감독은 "상주 구단에서는 AFC에서 요구한 법인화와 선수 연봉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중이었다. 12월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도 하더라. 하지만 연맹과 이사회는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상주는 잔여 경기를 모두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철 상주 단장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국군체육부대에서 국방부 관계자 등과 논의한 결과 K-리그 일정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16일 대구와의 원정경기부터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 10월 예정되어 있는 신입선수 테스트에서도 프로 선수들을 배제할 생각이다"고 했다. 상주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건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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