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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양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발언에 일본 정치권과 극우 단체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면서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이런 가운데 도쿄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다. 변수가 있었다. 2012년 여자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개최국 일본이 당초 팬들의 경기장 내 욱일승천기 반입을 금지했다가 항의 때문에 1주일 만에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제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는 독일 나치의 철십자 문양과 비견될 정도로 정치적 색이 짙은 도구다. 한국 입장에선 달가울 리 만무한 결정이다.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한 붉은악마의 한 관계자는 "욱일승천기에 대응하기 위한 응원을 준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일전이 펼쳐질 30일 도쿄국립경기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와 다름이 없다. 경기 전까지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지만, 당일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정성천 한국 감독과 요시다 히로시 일본 감독 모두 신중한 모습이다. 그러나 라이벌 의식까지 숨기지는 않았다. 먼저 기자회견에 나선 요시다 감독이 다득점을 예상하는 질문에 "5대3 정도가 되면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본이 3실점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 감독은 "일본이 좋은 팀이지만, 한국은 예전과 달라졌다. 내일이 여자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 역대 일본전 첫 승을 올리는 날이 될 것이다. 내일이 기다려진다"고 맞받아쳤다. '숙명의 라이벌' 한-일 간의 외나무다리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도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