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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동메달, 그리고 음지에서 빛난 코칭스태프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8-12 19:44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일군 것은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43)과 선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숙소와 벤치에서 선수들을 다독거려주고, 때로는 '저승사자'처럼 훈련을 시키는 코칭스태프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김태영 수석코치(42)와 김봉수 골키퍼 코치(42) 박건하 코치(41)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52)는 '보스' 홍 감독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새 역사의 숨은 공신들이다.

특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홍 감독을 보필하고 있는 김태영 코치는 대표팀의 '엄마'이자 분위기 메이커였다. 훈련에 앞서 김 코치는 김봉수 박건하 코치와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중론을 모은다. 또 경기에 앞서 훈련 포인트를 짚어낸다. 경기 분석을 통해 부족한 면면을 홍 감독에게 보고하면 훈련의 효율성은 배가 된다.

김 코치의 진가는 훈련장 밖에서 더 돋보였다. 홍 감독이 김 코치를 타깃 삼아 분위기를 끌어올리곤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시리아전을 앞두고 김 코치가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 받자 홍 감독은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넌 현역 시절에 촌놈이었으면서…."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게 비추는 양초처럼 김 코치는 그냥웃었다. 분위기는 밝아졌다. '팀'이 우선인 올림픽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분위기 메이커다.

김봉수 골키퍼 코치는 런던올림픽 1차전인 멕시코전에 맞춰 맞춤형 훈련을 계획했다. 일명 '스킬볼'이라 불리는 1호 축구공을 준비, 멕시코의 빠른 슈팅 타이밍에 대비했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챔피언 멕시코를 조별리그에서 압도했다. 김 코치는 정성룡 이범영에게 페널티킥 훈련을 많이 시켰다. 결과적으로 정성룡은 경기 중 페널티킥을, 이범영은 영국과의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선방을 펼치며 한국의 동메달 신화를 완성하는 공신이 됐다. 정성룡은 "훈련 첫 날부터 PK 훈련을 시작하면서 코치님이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주셨다"고 했고 이범영은 "승부차기에서 코치님의 도움이 컸다. 많은 것을 가르쳐줘서 이런 영광이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박건하 코치는 코칭스태프의 막내로 코칭스태프의 궂은 일부터 선수들의 개인 고민 상담까지 선수와 코치간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홍 감독이 '삼고초려'끝에 홍명보호에 합류시킨 일본인 세이고 코치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홍 감독은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이 출항할 당시 체력과 선수들의 몸관리를 책임져 줄 피지컬 코치가 필요했다. 홍 감독이 일본에서 활약할 당시부터 알고 지내던 세이고 코치를 머릿속에 그렸다. 세계축구를 바라보는 눈이 비슷했고 마음이 통했다. 남미와 유럽 등에서 경험을 쌓은 세이고 코치는 자신을 위해 세 차례나 일본을 방문한 홍 감독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홍명보호의 코치이자 조언자로 3년간 동행을 했다. 그의 조련 속에 '홍명보의 아이들'의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섰다. 홍 감독은 "2009년과 지금 선수들의 체력을 비교하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세이고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보스' 홍 감독이 술자리에서도 예의를 갖추는 등 세이고 코치를 일반 코치가 아닌 인생 선배로 여겨왔다. 세이고 코치도 "홍 감독은 진짜 남자다. 나는 그가 요청하면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올림픽대표팀을 위해 전력을 다 했다. 한국은 영국과의 8강전에서 120분간의 연장 혈투를 치르는 등 3~4일 간격으로 한 경기씩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세이고 코치의 체계적인 체력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일본 관계자와도 선을 그었다. 그는 "승부의 세계다. 한-일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 운명이었나보다. 이런 상황이 생길 것을 생각하고 한국올림픽대표팀에 왔다. 나는 홍 감독을 전력으로 서포트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웃었다.

2012년 8월 12일 홍 감독과 18인의 태극전사는 3년간의 여정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양지보다 음지에서 더 빛난 '금메달급' 코칭 스태프가 있었기에….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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