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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이 한창인 5일 K-리그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최하위 대전이 원정에서 선두 전북을 잡은 것.
전북전 승리공식은 '내려놓음'과 '힐링'이었다. 유상철 감독은 전북전을 앞두고 공수의 주축인 김형범과 정경호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다음경기인 인천전에 대비한 포석이었다. 유 감독은 "내려놓으니까 큰 게 왔다"고 웃었다. 그는 "솔직히 전북전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인천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주와의 경기에서 실수를 한 정경호와 체력적인 부담이 많은 김형범을 제외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무승부만 해도 만족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형범과 정경호 대신 투입된 '신입생' 김병석과 이정열이 날았다. 김병석은 교체되기 전까지 측면을 확실히 장악했고, 서울에서 이적한 이정열도 수비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황명규와 테하도 제 몫을 다했다. 유 감독은 "승리에 대한 마음을 비웠더니 새로운 시각이 열리더라.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이 기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을 것이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유 감독은 전북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부족한 것이 많은 만큼 발전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우리는 더 좋아질 것이다. 기죽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무더위에 지쳐 전술훈련을 아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유 감독이 꺼낸 카드는 '마음의 치유'였다. 휴식 중인 선수들과 면담횟수를 늘렸다.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말을 많이 하며 선수들 기를 살렸다. 유 감독은 "상승세를 그리다 부진의 늪에 빠지니 선수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더 커보였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을때와 별차이가 없었다.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우리도 잘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전은 맹렬히 전북을 밀어붙였다. 순위표만 떼고 봤다면 누가 선두팀인지 모를 정도였다. 유 감독의 '내려놓음'과 '힐링'이 다시 한번 대전을 깨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