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캡틴구'구자철이 4강 직후 남긴 낙서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8-05 20:29 | 최종수정 2012-08-06 09:52


런던올림픽, 기분 좋은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축구 사상 첫 올림픽 4강은 이곳 메인프레스센터에서도 큰 화제입니다. 태극전사들은 브라질과의 4강을 넘어 결승전이 열리는 웸블리로 반드시 돌아오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데요. 펜싱에선 닷새 연속 메달 행진까지,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런던입니다.


카디프 역 앞 인파들. 카디프(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한국과 영국의 8강전이 끝난 뒤 또 한번의 전쟁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귀가전쟁이었는데요. 경기 후 카디프 중앙역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길이 300~400m나 쭉 서있었는데요. 경기가 승부차기까지 진행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늦게 끝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줄을 기다리다가 자신이 예약한 기차를 놓친 사람도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철도 당국의 대응이었습니다. 철도 당국은 목적지별로 줄을 세워놓은 뒤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마라. 마지막 한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기차를 투입해 운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당국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취재진이 가장 마지막에 열차를 탔는데요. 새벽 3시 런던 패딩턴역에서 내린 사람은 취재진을 포함해 단 3명 뿐이더군요. 철도 당국은 그 시간에도 몇 안되는 승객을 위해 열차 10량을 다 투입하는 성의를 보인 것이었습니다.


구자철이 직접 쓴 '수고했다 우리팀!' 카디프(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홍명보호 주장인 구자철은 언제나 바른 말과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두루 받고 있습니다. 영국과의 8강전이 끝난 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 성심성의껏 임했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던 구자철은 기자가 소형 태블릿 스마트폰에 자신의 말을 적고 있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구자철은 "잘 써지나요. 나는 잘 안되던데"라고 하더군요. 기자가 "한 번 써볼래요"라면서 건넸습니다. 몇마디 쓰더니 "괜찮은데요"라고 웃었습니다. 구자철과의 이야기가 끝난 뒤 무슨 말을 썼는지 확인해봤습니다. 감동적인 문구였습니다. 역시 구자철은 준비된 주장이었습니다.

'수고했다 우리팀!'

★한국 펜싱에서 첫 동메달을 따낸 최병철이 유쾌한 입담을 과시했습니다. 남자 사브르의 김정환과 최병철은 초중고 대학교까지 같이 나온 절친 선후배 사이랍니다. 최병철이 동메달을 딴 후 김정환이 찾아와 동메달을 만지며 그렇게 부러워했더랍니다. 이틀 후 김정환이 포함된 남자 사브르 단체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붙임성 좋은 성격으로 선수들 사이에 인기높은 최병철은 다른 종목 선수에게도 메달의 기운을 나눠줬다고 하는데요. 역도 전상균 선수와 친하답니다. 방으로 찾아온 전상균에게 동메달을 보여주며 기를 나눠줬다는데요. 7일 밤 역도 105㎏ 이상급에 출전하는 전상균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겠습니다. 전상균은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이 강력추천한 '비밀병기' 메달 후보이기도 하니까요.



★4일(한국시각) 런던 액셀아레나에서 펼쳐진 남북 탁구 대결 현장에선 북한 탁구 관계자들이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대표팀은 여자 단체전을 준비하느라 응원을 많이 오지 못했는데요. 북한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조용한 탁구장에 쩌렁쩌렁 울려퍼지더군요. 주세혁, 오상은을 잇달아 격파한 '에이스' 김혁봉을 뜨겁게 응원했습니다. 응원 패턴은 매우 단순합니다. "혁봉 혁봉 혁봉" 식으로 이름을 반복해 부르거나 "잘한다~ 혁봉!"이라고 외치는 식입니다. 마지막 단식에서 유승민과 맞붙은 김혁봉이 잇달아 실점하자 "혁봉이, 일 없어!(괜찮아)"를 급박하게 외치더군요. 결국 남북대결은 3대1, 한국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패기만만하던 북한 관계자들이 소리없이 자리를 뜨더군요.
런던=전영지 송정헌 이 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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