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잊혀진 지동원, 존재감을 보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05 05:39


지동원.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

유럽파는 홍명보호의 힘이다.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이 공격과 미드필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들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그 속에 지동원(선덜랜드)은 없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모두 모인 런던올림픽에서 지동원은 후보로 전락했다. 조커 역할도 백성동(주빌로)에게 자리를 내줬다.

지동원에게는 자존심 상할만한 일이었다. 지동원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주목을 받았다. 이란과의 3~4위전에서 터뜨린 두골은 축구팬들의 뇌리에 강렬히 남아 있다. A대표팀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득점 2위에 올랐다. 그의 골행진은 멈출줄 몰랐다. 20세의 나이에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으며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타이틀도 얻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선덜랜드 이적 후 부침을 겪었다. 지동원을 영입한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경질된 후 충분한 출전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다. 자연스레 컨디션도 떨어졌다. 자신감 없는 모습이 이어졌다. 본선 엔트리 선발 여부도 불투명할 정도였다. 홍 감독은 지동원을 선발했지만, 그의 자리는 없는 듯 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와일드카드' 박주영을 낙점했다. 섀도 스트라이커도 독일서 임대의 전설을 쓴 구자철의 몫이었다. 지동원은 본선들어서 모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칼을 갈았다. 지동원은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떨어지면 짐을 싸야하는 영국과의 8강전에서 선발로 나섰다. 박주영과 함께 투톱으로 나선 지동원은 영국전 전술의 키였다. 때론 측면, 때론 투톱, 때로 미드필더까지 소화해내며 전방위로 뛰었다. 선제골도 그의 몫이었다. 전반 29분 기성용이 수비라인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논스톱으로 떨궈줬고, 지동원이 그림같은 왼발 중거리포로 골문을 열었다. 자신감을 회복한 지동원은 그가 왜 차세대 공격수로 불렸는지를 유감없이 증명해냈다. 유연한 드리블과 감각적인 터치, 포지션 소화력과 헌신적인 수비까지 선보이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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