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미드필더 고슬기(26)의 성격은 내성적이다. 평상시 말수가 적다. 누구보다 뛰어난 축구센스를 지녔지만, 차분한 이미지때문이었을까. 고슬기는 그라운드에서 좀 더 거칠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슬기의 프로 데뷔시즌은 쓰디 썼다. 2007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 선수가 됐지만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벤치워머였다. 고슬기가 꽃을 피운 것은 상무시절이다. 꾸준하게 선발로 출전하면서 김호곤 울산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2010년 울산으로 이적한 뒤에도 단점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김 감독은 "몸싸움도 적극적으로 하고 슈팅 기회가 났을 때는 과감하게 때려라"고 주문했다.
고슬기는 지난해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곱상하게 볼을 찬다'라는 얘기는 옛말이었다. 그라운드 위에만 서면 파이터로 변했다. '철퇴축구' 울산 공격의 핵이었다. 왕성한 활동력으로 적극적인 수비가담 뿐만 아니라 철퇴를 날리는 중심에 섰다. 패싱력이 좋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다.
고슬기는 프로 7년차 선수다. 원색에서 팔색조 매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했다. 김 감독은 고슬기에 대해 "다양한 쓰임새가 있는 선수"라고 칭찬한다. "패스의 타이밍이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고슬기에 의해 볼이 전개되는 과정이 승리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올시즌도 한 차례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달 6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 이후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했다. 이후 16일 성남전(3대0 승)과 31일 상주전(2대2 무)에 교체출전하긴 했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나 빠른 회복으로 '철퇴축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고슬기의 '감초' 활약은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 지친 울산에 피로회복제가 되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