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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단은 '잔류 확정' 티셔츠를 들고 들뜬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잔류였다. 축제의 순간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은 그라운드 위에 누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중계카메라는 쓰러져 있는 구자철을 비췄다. 아우크스부르크가 기적의 잔류를 할 수 있도록 한 주역이 구자철이었음을 인정한 장면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올시즌 팀창단 105년만에 처음으로 분데스리가에 입성했다.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분데스리가의 벽은 녹록지 않았다. 전반기동안 3승7무9패로 강등권에 머물렀다. 후반기 아우크스부르크는 잔류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그 중심에 볼프스부르크에서 임대 영입한 구자철이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8일(한국시각) 독일 묀헨글라드바흐 보루시아 파크에서 열린 묀헨글라드바흐와의 2011~2012시즌 분데스리가 33라운드 경기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이날 무승부로 7승14무12패(승점 35)를 기록했다. 프라이부르크에 1대4로 패한 16위 쾰른이 승점 30(8승6무19패)에 머무르며, 아우크스부르크는 남은 함부르크전과 상관없이 잔류를 확정지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구자철은 공수에 걸쳐 높은 공헌도를 보였다. 전반 33분에는 벨링하우젠의 부상으로 왼쪽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다. 무승부만 해도 잔류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루후카이 감독은 수비적인 전술을 지시했다. 이에 구자철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춘 경기를 펼쳤다. 허벅지 부상으로 100%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1부리그 잔류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2부리그에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천문학적인 돈과 명예를 안겨준다. 그리고 팬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위르겐 클린스만(48·독일·현 미국대표팀 감독)이 토트넘에 머문 시간을 짧았지만, 토트넘 팬들이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잔류라는 소중한 선물을 줬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계약 상 이번 시즌 후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한다. 아우크스부르크 측은 구자철을 잔류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우크스부르크의 재정 상태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자철이 떠나도, 그의 이름은 아우크스부르크 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구자철은 그렇게 '임대의 전설'을 완성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