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외국인 선수 지쿠-조란, 포항의 전설 앞에 무릎 꿇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4-27 14:10 | 최종수정 2012-04-27 14:10


황선홍 포항 감독이 조란(왼쪽)과 지쿠와 함게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포항의 외국인 선수들은 최근 혼쭐이 났다. 특히 지쿠와 조란은 18일 열린 호주 애들레이드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 중 집중력을 잃는 일이 있었다. 지쿠는 완벽한 찬스를 몇 차례 놓쳤다. 조란은 경기 종료 직전 애들레이드 스트라이커 지테를 놓쳤다. 포항은 0대1로 졌다.

이후 이들은 달라졌다. 훈련 태도는 한층 더 좋아졌다. 평소 생활에도 기합이 들어갔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들레이드전 부진 때문에 선수들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고개를 숙이게 만든 더 큰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포항의 전설들이었다.

지쿠, 유튜브서 황선홍 쳤더니

처음에는 지쿠도 자존심이 셌다. 루마니아 대표팀 출신에 인터밀란에서 뛰었다는 마음에 우쭐했다. 설렁설렁 뛰는 특유의 스타일 때문에 조그만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특히 황선홍 감독에게는 철저하다. 황 감독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다. 유튜브가 매개체였다. 최근 지쿠는 유튜브에서 '황선홍'을 찾았다. 현역 시절 황 감독의 플레이 모습이 있었다. 포항을 비롯해 J-리그에서 뛰던 모습을 봤다. 지쿠의 눈에 비친 황 감독은 '퍼펙트' 그 자체였다. 지쿠는 "스트라이커로서 황 감독은 완벽했다. 행동 반경이 넓으면서도 시종일관 위협적이었다. 왜 유럽에서 뛰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다"고 했다. 이어 "황 감독과 함께 뛰었다면 우리는 환상의 콤비가 됐을 것이다. 내가 찔러주고 황 감독이 마무리하면 K-리그는 물론이고 아시아정벌도 문제없다"고 했다.

여기에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중국과의 친선경기에서 다친 사연,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멋진 마무리를 한 사연도 들었다. 감동적 스토리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포항 관계자는 "황 감독의 현역 시절 기량 뿐만 아니라 스토리에도 감동하는 눈치였다. 황 감독 이야기를 들은 뒤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훈련 태도와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조란, 라데가 정말 포항에서 뛰었어요?

조란을 변화시킨 이는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라데였다. 라데는 1992년부터 1996년까지 5시즌동안 포항에서 뛰며 147경기에 출전 54골을 넣었다. 세르비아 출신인 조란은 평소 라데를 잘 알고 있었다. 라데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이다.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이 유고슬라비아로 묶여있을 당시 유명했다. 하지만 조란의 머리 속에 있는 라데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라데 '보그다노비치'였다. 라데는 1996년까지 한국에서 뛴 뒤 J-리그를 거쳐 유럽에서 활약했다.

조란은 처음 포항 사람들이 라데를 아는 것이 신기했다. 유럽축구에 관심이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라데가 포항에서 뛰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것도 맹활약했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라데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일이 있었다. 25일 열린 포항 선수단 개인별 자매결연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방문행사였다. 조란은 자매결연사인 (주)에이스엠(대표 김병필)에 방문했다. 기념촬영을 하고 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라데 이야기가 나왔다. 직원들은 "라데는 K-리그 최고의 용병이었다. 당신 역시 라데와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조란은 "고맙다. 라데처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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