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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판정 불만. 제재에 걸리지 않고 표현하기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4-24 13:57 | 최종수정 2012-04-24 14:17


심판 판정에 대해 항의할 때는 요령껏 해야 한다. 사진은 3월 4일 수원과의 경기에서 심판에 항의하고 있는 안익수 부산 감독.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휘슬 하나에 희비가 엇갈린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김상호 강원 감독이 지난 1일 광주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1로 비긴 뒤 심판 판정에 대해 한 발언이다. 수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김 감독에게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22음절. 1음절에 23만원이 든 비싼 한 마디였다.

본보기였다. 지난해 10월 K-리그 이사회는 K-리그 관계자들이 경기 후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로를 통해 경기 판정과 심판 관련 불만을 드러낼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최소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효과는 컸다. 이후 감독들은 "심판 판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수들도 입을 닫았다. 불만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심은 여전하다. 21일 서울-제주전에서 제주의 동점골은 오프사이드를 잡아내지 못한 명백한 오심이었다. 경남-수원전에서 경남 골키퍼의 헤딩 백패스를 김병지 골키퍼가 잡아낸 장면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연맹의 제재 때문에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감독들과 선수들을 위해 '연맹의 제재에 걸리지 않고 판정 불만 표출하기' 요령을 준비했다.

허정무 감독에게 과외를 받자

허정무 감독은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 한자성어를 많이 활용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파부침주(破釜沈舟)'라 했다. '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한자성어로 16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수진을 치겠다는 결연한 각오였다. 이 외에도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같은 예리한 판단력과 소와 같은 신중함)' 등의 한자성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허 감독에게 '한자성어' 과외를 받는다면 판정에 대한 불만을 '제재 없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상필벌(信賞必罰, 상벌을 규정대로 분명하게 함)이라는 단어를 되새겼다'거나 '오늘 경기는 일어탁수(一魚濁水, 한마리의 물고기가 물을 흐린다)였다' 등의 표현을 추천한다.


개인 SNS와 김상호 효과를 활용하자

요즘 뜨고 있는 개인 SNS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선결조건이 있다. 대중에게 공개되면 안된다. 게시물 공개 범위를 '친구' 혹은 '지인'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 대중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명시해야 한다. 물론 기사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맹의 제재가 들어온다면 치열한 법적 공방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는 '알고있는 지인들끼리 한 얘기'였음을 강조해야 한다.

김상호 감독 활용도 좋은 방법이다. 김상호 감독의 사례는 억울함의 대명사가 됐다. 앞으로 불만이 있으면 "김상호 감독의 마음을 알겠다"고만 해도 된다. 취재진이나 팬들 모두 무슨 뜻인지 이해할 것이다.

K-리그 이사회의 몫이다

물론 '한자성어'나 '개인 SNS와 김상호 효과'를 활용하라는 것은 진지한 해결책이 아니다. 그만큼 K-리그 이사회의 방침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든 예에 불과하다.

어디에나 불평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뜻을 밝히는 것 자체를 문제삼아서는 안된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침해다. 제재 여부는 표현의 수위로 판단해야 한다.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은 K-리그 흥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마틴 애킨스 심판의 악연은 유명하다. 맨유의 경기에 애킨스 심판이 투입되면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이슈가 된다. K-리그 역시 이런 장외 흥행 코드가 필요하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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