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축구단 'FC리베로',여고생 축구클럽에 2대4 패?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4-16 15:56


◇왼쪽부터 연예인 축구단 FC리베로 선수 정명훈 김성수 이윤석 감독 서경석 단장

"아저씨이~. 아잉~."

예쁘장한 여고생 공격수의 애교 작전에 개그맨 수비수가 넋을 놓고 무너진다. 이윽고 강력한 '소녀킥'이 작렬한다.

14일 오전 9시 건국대사대부고 운동장에선 2012년 서울시 학교스포츠클럽 리그 개막전이 열렸다. 식전 행사로 개그맨 서경석 단장이 이끄는 FC리베로와 지난해 서울시 학교스포츠클럽 리그 우승팀인 가락고 여자축구클럽 '발모아'의 시범경기가 펼쳐졌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양회종 서울시생활체육회장 등 교육계, 스포츠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대한민국 학교 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염원을 반영했다.


정명훈과 김성수가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FC리베로와 가락고 발모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안양옥 교총회장 등이 다같이 기념촬영에 임했다. 토요일의 그라운드에선 함박웃음이 번졌다.

◇빅매치를 기획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용품 지원을 아끼지 않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 직전 힘차게 시축하고 있다.
연예인 축구팀 'FC리베로'가 여고생 축구클럽과 맞붙은 이유?

연예인 축구팀 'FC리베로'와 가락고 여자축구클럽 '발모아', 예기치 않은 유쾌한 빅매치는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이 교과부 장관이 현장에서 직접 건져올린 아이디어다.

이 장관은 지난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의 해법을 학교체육에서 찾았다. 중학교 체육시간을 50% 이상 늘리고, 학교 스포츠클럽을 육성하며, 토요 스포츠데이를 본격 도입했다. 일선 학교를 수시로 방문해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2월부터 3월까지 한달간 교육 현장과의 소통을 위한 지역 민방 라디오 프로그램 '필통(必通) 톡(Talk)'에 출연했다. 대구 대전 광주 부산 전주 춘천 청주 울산 제주 등 9개 도시를 순회하며 학교 일선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울산방송 '필통톡' 출연 당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개그맨 서경석이 'FC리베로'와 학교 스포츠 클럽팀의 친선전을 돌발 제안했다. 이 장관이 서경석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즐거운 매치가 성사됐다. 서경석, 이윤석, 정명훈, 김성수(그룹 '쿨' 멤버) 등 FC리베로 주전들이 총출동했다.

경기 직전 간담회에서 서경석 FC리베로 단장은 개그맨답게 "연예인과 고등학생의 공통점은 바쁘다는 것"이라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바쁘지만 우리도 일주일 한번씩은 모여서 운동한다. 학생들이 땀을 흘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며 학교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이윤석 FC리베로 감독 역시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여고생이라고 해서 뛰어볼 만하겠다 싶어 나왔다"며 웃었다. "얼마전 헬스클럽을 다니며서 '몸짱'이 됐는데 일주일 쉬었더니 '말짱 도루묵'이 됐다. 기왕 시작하셨으니 꾸준히 해서 전국적인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말로 학교 스포츠클럽 정책의 일관된 성공을 기원했다.


◇FC리베로의 단장 겸 에이스 서경석이 가락고 수비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서경석이 1골을 넣었지만 FC리베로는 이날 가락고 여전사들에게 2대4로 패했다.
'FC리베로' VS '가락고 발모아' 빅매치 결과는?


이날 전후반 20분으로 진행된 시범경기는 시종일관 웃음이 넘쳤다. 13번 에이스 서경석의 슈팅이 골문 대신 가락고 수비수의 등을 강타하자 비난이 쏟아졌다. '서 단장'이 스스로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번쩍 들고 벌 서는 시늉을 했다. 관중석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감독' 이윤석은 프리킥 찬스에서 긴 트레이닝복 하의를 훌렁 벗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반바지 차림으로 '택배 크로스' 대신 어이없는 땅볼을 흘렸다. 영리한 소녀들은 개그맨 선수들을 상대로 거친 몸싸움과 애교작전을 병행했다. 단독 드리블 찬스를 막아서는 FC리베로를 향해 "아저씨이~" 콧소리를 내는가 하면, 몸싸움에 부딪히면 그라운드에 벌렁 드러누워 프리킥 찬스를 유도했다. 찬스가 오면 놓치지 않았다. 등번호 10번의 주장 배선영은 최전방에서 눈부신 개인기를 뽐냈다. 메시 뺨치는 돌파와 골 결정력으로 해트트릭을 쏘아올렸다. FC리베로를 순식간에 무장해제시켰다. 개그맨 선수들은 "도대체 메시가 왜 나온 거야?"라며 볼멘소리로 어필했다.

가락고 여전사들은 이날 '에이스' 배선영의 3골, '체력왕' 김근미의 1골에 힘입어 김성수, 서경석이 각각 1골씩을 기록한 FC리베로에 4대2로 승리했다. 시범경기 직후 열린 건대사대부고와의 공식 개막전에서도 배선영의 2골에 힘입어 3대2, 짜릿한 펠레스코어로 시즌 첫승을 쏘아올렸다. 이군천 건국대사대부고 교장은 "열심히 뛰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팀 창단 후 첫 경기에서 강호 가락고를 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보여줬다. 남학생들이 여자축구를 응원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제 운동장은 남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결과와 무관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를 지켜본 김진항 대한축구협회 경기국장 역시 "경기가 생갭다 정말 흥미진진했다. 학교 스포츠클럽 여자축구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며 흐뭇함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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