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이 시즌 처음으로 '플랜B'를 가동했다.
14일 K-리그 8라운드 대전전 엔트리에서 '특급 이적생' 윤빛가람과 한상운을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윤빛가람은 발목 부상으로, 한상운은 컨디션 난조로 올시즌 처음 명단에서 빠졌다. 전남전에서 무릎 부상을 입은 '중원의 살림꾼' 전성찬도 제외됐다. '신공(신나게 공격)의 핵'으로 7경기에서 6골을 합작한 에벨톤(4골)과 요반치치(2골)는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중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센트럴코스트전을 앞두고 체력을 안배했다. 완전히 새로운 진용을 선보였다.
광운대 출신 1년차 김현우는 요반치치 대신 '원톱'으로 나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올시즌 드래프트 3순위로 입단한 김현우는 2군리그인 R-리그에서 도움 1위(2경기 3도움)에 오르는 활약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간판'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신 감독이 파격적인 기회를 부여했다. 이날 양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5개의 슈팅(유효슈팅 1개)을 쏘아올리며 신인답지 않은 적극성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대전 출신 이적생 김성준은 김성환과 나란히 중원에 섰다. 후반에는 김성준 대신 신인 김평래를 투입했다. 2년차 미드필더 김평래는 올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라운드에 목마른 신인들과 백업선수들은 모처럼 주어진 기회에 사력을 다했다. 결국 올시즌 3경기째 선발로 나선 이창훈이 사고를 쳤다. 후반 44분 성남 '토종' 선수로는 처음으로 골맛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여름 성남 이적 후 첫 골이다. 팀의 1대0 승리, 시즌 첫 연승을 이끌며 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신 감독은 첫 골을 신고한 이창훈에 대해 "동계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한상운 에벨톤과 포지션이 겹치면서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오늘 기회를 확실히 잡았다"며 흐뭇함을 표했다. 신인들의 활약도 칭찬했다. "대전에는 미안하지만 리그 일정이 너무 타이트해 비기더라도 선수들을 좀 쉬게 해줘야겠다고 판단했다. 신인 김현우와 김평래가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다. 향후 리그 선수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을 본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플랜B'란 '플랜A'가 막힐 경우에 대비한 우회로이자 비상대책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질기게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할 '비장의 전략'이다. 신 감독의 '플랜B'가 통했다. '플랜A'의 고민을 '플랜B'로 털어냈다. 신인, 비주전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고, 기존 주전들에겐 따가운 자극제가 됐다. 2연패 끝에 2연승을 달리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사흘에 1경기' 살인 스케줄 속에 주전들의 체력을 비축하는 효과도 봤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