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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허정무, 마지막까지 운이 안 따랐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4-11 18:11


허정무 감독이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가진 광주와의 2012년 K-리그 7라운드를 끝으로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날 경기 전 허 감독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허정무 감독의 애창곡은 유명 팝가수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마이웨이(My way)'다. 어떤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소임을 다한다는 평소의 다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A대표팀 지휘봉을 맡을 때나 인천에서 K-리그 무대에 진출했을 때나 늘 한결같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자신의 길을 걷고자 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펼쳐 보이고자 했다. 하지만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지 못했다. 허 감독이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잡은 11일 광주전. 인천은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으나, 이내 동점골을 내주면서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허 감독은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줬다. 승리하지 못해 죄송하다. 점점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밖에서도 응원하겠다."

돌아보면 아프기만 한 기억들이다. 주전 골키퍼로 점찍었다가 유명을 달리한 제자 윤기원의 죽음이 밟힐 뿐이었다. "아직도 가슴에 맺힌 부분이다. 함께 땀 흘리던 선수가 갑작스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게 돼 팀을 맡고 있는 감독 입장에서 황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에 대해 묻자 "워낙 어려운 일들만 있었으니... 모든게 아쉽고 안타까운 생각만 든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허 감독은 2010년 8월 지휘봉을 잡으면서 시민구단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구단의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허 감독은 재임기간 내내 내외부의 잡음에 시달려야 했다. 올 초에는 자신의 연봉과 선수단 운영 예산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마음을 정리한 계기이기도 하다. 한이 맺힐 정도로 많은 일을 겪었지만 참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담아둔 속내는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시민구단이 나아갈 길로 '화합'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시민구단은 창단 1~2년 뒤부터 자금난을 겪게 되는데, 이후 대책이 없다. 시 조례 변경이나 시민구단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 한다. 근본적인 기초공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월드컵을 마친 뒤 인천에 부임했던 허 감독은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폴란드-우크라이나가 공동 개최하는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2) 참관차 유럽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유소년 및 프로팀 운영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월드컵을 마친 뒤 쉴새없이 달려왔다. 그간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해결하고 싶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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