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국사람 다된' 라돈치치, MVP 약속 위해 오늘도 뛴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4-11 14:52


라돈치치.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004년 1월 인천문학경기장. 키크고 몸집 좋은 백인 청년이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인천을 맡고 있던 안종복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이 청년은 트로피 하나를 발견했다. 안 단장은 "1999년 부산 대우를 이끌던 시절 소속팀 선수였던 안정환이 MVP에 선정된 뒤 받은 트로피"라고 설명했다. 눈이 반짝였다. 청년은 "올해 또 하나의 트로피를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큰 소리 뻥뻥친 백인 청년의 이름은 제난 라돈치치. 청소년대표 스트라이커를 거쳐 한국에 첫 발을 디딘 21세 청년이었다.

라돈치치는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2007년 반 시즌동안 J-리그 반포레 고후에서 임대생활 한 것을 제외하고 9시즌동안 한국무대에서 뛰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가 됐다. 2005년 27경기에 나와 13골을 넣으면서 인천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인천에서 122경기에 나와 31골을 기록했다. 2009년 성남으로 옮긴 뒤 2011년까지 73경기에서 23골을 넣었다. 2011년에는 성남의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으로 이적했다. K-리그 200경기도 돌파했다. 외국인 선수가 K-리그 통산 200경기를 출전하는 것은 6번째다. 귀화 선수가 아닌 순수 외국인 선수는 3번째다.

그 사이 한국사람이 다됐다. 한국말도 잘한다. 80%정도 알아듣는다. 윤성효 수원 감독이 훈련 중 '인마'라고 말해도 그게 욕이 아니라는 것까지 알 정도다. 애국가도 직접 부른다. 동유럽 선수가 들어오면 자신이 직접 통역해준다. 애국가도 부를 줄 안다. 한국 음식 마니아다. 비빔밥을 제일 좋아하고 갈비탕과 갈비찜을 즐긴다. 김치는 매워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먹을 줄 안다.

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이 되면 귀화를 위한 국내 체류조건(5년 이상 국내 거주)이 중촉된다. A대표팀 승선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1m92의 장신에 골결정력까지 좋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라돈치치의 스타일을 잘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한 라돈치치지만 아직 마음속에 아쉬움이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약속했던 MVP트로피다. 통상 MVP는 K-리그 우승팀에서 나오는 것이 관례다. 외국인 선수라는 핸디캡도 있다. 올 시즌 라돈치치는 수원 유니폼을 입으며 팬들에게 리그 우승을 약속했다. 리그에서 우승하면 그만큼 MVP도 가까워진다.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은 가볍다. 골을 몰아치고 있다. 11일 열린 포항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7라운드 전반 15분 스테보의 도움을 받아 선제골을 기록했다. 시즌 6호골로 득점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수원은 라돈치치와 이용래의 연속골로 포항에 2대0으로 승리하며 홈4연승을 달렸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