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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인천문학경기장. 키크고 몸집 좋은 백인 청년이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인천을 맡고 있던 안종복 단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이 청년은 트로피 하나를 발견했다. 안 단장은 "1999년 부산 대우를 이끌던 시절 소속팀 선수였던 안정환이 MVP에 선정된 뒤 받은 트로피"라고 설명했다. 눈이 반짝였다. 청년은 "올해 또 하나의 트로피를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큰 소리 뻥뻥친 백인 청년의 이름은 제난 라돈치치. 청소년대표 스트라이커를 거쳐 한국에 첫 발을 디딘 21세 청년이었다.
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이 되면 귀화를 위한 국내 체류조건(5년 이상 국내 거주)이 중촉된다. A대표팀 승선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1m92의 장신에 골결정력까지 좋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라돈치치의 스타일을 잘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한 라돈치치지만 아직 마음속에 아쉬움이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약속했던 MVP트로피다. 통상 MVP는 K-리그 우승팀에서 나오는 것이 관례다. 외국인 선수라는 핸디캡도 있다. 올 시즌 라돈치치는 수원 유니폼을 입으며 팬들에게 리그 우승을 약속했다. 리그에서 우승하면 그만큼 MVP도 가까워진다.
수원은 라돈치치와 이용래의 연속골로 포항에 2대0으로 승리하며 홈4연승을 달렸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