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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잘못이지 뭐."
김상호 강원 감독은 웃음을 지었다. 허탈함이 아닌 멋쩍은 웃음이다.
K-리그에서는 경기 판정과 심판 관련 불만을 드러낼 수 없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지난해 10월 K-리그 이사회에 참가한 각 구단 실무자 논의 끝에 이뤄진 별도 규정이다. 경기 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낼 경우 최소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이를 두고 사라지지 않는 오심 문제 등이 지적되며 언로를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에서도 심판 판정과 관련한 발언은 금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규정은 현재까지 유지가 되고 있다. 프로연맹 상벌위원회는 김 감독의 발언을 문제삼아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김 감독은 "내가 절제를 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징계를 수용했다. 상벌위에 출석해 경기 비디오 분석을 확인하고 충분한 소명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각도상 복이의 득점 상황이 오프사이드로 보일만 했다. 동점골을 내주고 주저앉은 선수들을 보니 순간적으로 (감정이) 끓어 올랐다"고 후회했다. 김 감독은 "다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깨끗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강원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경기는 선수들이 하지만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해왔다. 이번 일도 비슷한 경우다. 비록 자신은 제재금을 물게 됐지만, 선수들에게는 승리를 위한 목표를 심어주게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하나 희생해서 선수들이 경기 잘 하고 승리하면 된 것 아닌가."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