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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 희열은 절정에 달한다.
대행 꼬리표를 뗀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올시즌 '무공해 축구'를 공약했다. '무조건 공격해'와 '페어플레이'가 그 속에 담겨 있다.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와 매너 있는 깨끗한 축구가 그의 철학이다.
3라운드가 흘렀다. 서울은 10일 대전, 18일 전남을 잇따라 2대0으로 격파하며 2연승을 달리고 있다. 수원, 울산(이상 3승·승점 9)에 이어 승점 7점(2승1무)으로 3위에 포진해 있다. 갈 길이 멀지만 최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기록이 말해준다. '무공해 축구'가 입증된다. 서울은 K-리그 16개 구단 중 가장 깨끗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3경기 누적 파울이 41개로 최저 파울 수를 기록 중이다. 16개팀의 3경기 평균 파울(53개)보다 12개나 적다. 경고 또한 대전전에서 3개를 받기 전까지 2경기 동안 단 1회에 그쳤다. 3경기 동안 경고는 총 4회로 성남(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K-리그 전체 팀 평균 옐로카드는 7개다.
공격 축구는 불을 뿜고 있다. 집중력은 으뜸이다. 유효 슈팅수가 20개로 가장 많다. 전체 슈팅(33개) 대비 유효슈팅률도 1위(0.61개)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 이어 라이벌 수원이 0.58개(슈팅 33개, 유효슈팅 19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대명사 전북은 슈팅수는 41개지만 유효슈팅은 15개에 불과하다. 정확도가 떨어진다. 유휴슈팅률은 0.37개에 그쳤다.
피파울수도 높은 공격빈도를 나타내는 판단 기준 중 하나다. 파울을 당한 횟수는 66개다. 강원(6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공격 횟수가 많다 보니 상대는 자연스레 파울로 저지한다.
최 감독은 자신감이 넘친다. 이번 주말 빅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25일 디펜딩챔피언 전북과 맞닥뜨린다. 상황이 묘하다.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대일', 수난의 연속이다. 7일 안방에서 중국 광저우 헝다에 1대5로 대패한 데이어 21일 일본 가시와 레이솔과의 원정경기에서 또 다시 1대5로 무너졌다. 일본 원정을 다녀온 전북의 발걸음이 무겁다.
최 감독은 "전북전은 홈에서 벌이는 일전이다. 선수들이 알아서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생각한다.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전북과, 올해의 전북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전북은 지난해 K-리그 챔피언이다. 나는 이제 감독으로서 첫 해를 보내고 있다. 평가하기는 좀 그렇다. 다만 전북이 올해 조금 조급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3경기 연속골(4골)로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몰리나도 "전북은 강한 라이벌이다. 긴 리그에서 많은 승점을 쌓을 팀이다. 상위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홈에서는 꼭 이겨야 한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문제는 없다. 우린 더 좋은 팀"이라고 덧붙였다.
창과 창의 대결이다. '무공해'와 '닥공'의 만남이다. 단 기록은 서울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