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중국에 뺨맞고 일본에 차인 전북, 시간이 필요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2-03-22 14:52


전북 현대가 만신창이가 됐다.

K-리그 디펜딩챔피언인 전북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H조 예선전에서 연거푸 대패의 쓴잔을 마셨다. 지난 7일 중국 광저우 헝다와의 홈 경기서 1대5로 패했다. 두번째 경기인 21일 일본 가시와 레이솔과의 경기 역시 1대5로 쓴맛을 봤다. 전북을 이긴 두 팀은 열광했다. 일본 언론들은 'J-리그 왕자가 K-리그 왕자를 압도했다', '영상 5도로 얼어붙은 밤의 경기장을 가시와 축제로 흥분시켰다', '부리람(태국) 원정서 패한 울분을 안방에서 단번에 폭발시켰다'고 보도했다. 광저우전 이후엔 중국 언론들도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를 넘어섰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H조는 한중일 챔피언들이 모인 '죽음의 조'임은 맞다. 그러나 전북 역시 지난해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김정우 등을 추가로 영입해 전력을 업그레드했다.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인 전북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첫 경기인 광저우전 참패는 냉정하게 말해 전북의 준비 부족이었다. 뚜껑을 열기전까지는 전북이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광저우는 예상과 달리 강했다. 모기업의 대대적인 투자로 특급 용병을 대거 영입했다. 브라질리그 MVP 출신인 다리오 콘가를 비롯해 중국 대표 8명을 싹쓸이 했다. 이날 전북전엔 승리수당으로 500만위안(약 9억원)을 걸 정도였다. 사령탑인 이장수 감독은 전북전을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결과는 고스란히 경기로 나타났다. 전북의 주장이자 수비수인 조성환의 갑작스런 부상이 패인이라고 했지만 광저우의 일격을 눈뜨고 당한 꼴이 됐다.

2차전인 가시와전은 당초 힘겨울 것으로 예상됐다. 센터백인 조성환, 임유환, 심우연 등 3명이 동시에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전술 운영의 폭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승점 제도를 고려했기 때문. 이미 홈에서 광저우에게 패한 전북 입장에선 남은 경기를 잘 계산해야 했다. 원정경기는 지지 않고, 홈에서 무조건 이겨야 예선 통과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이날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은 무리한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최소한 비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라인업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술이 독으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닥공(닥치고 공격)'에 익숙한 전북 선수들은 낯선 전술과 포메이션에 우왕좌왕했다.

두 게임에서 패했다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기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지난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을 대신해 올시즌 사령탑에 앉은 이 감독대행은 초보 감독이다. 시행착오는 당연한 결과다. 시즌 초반에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이날 김정우를 원톱으로 기용한 것도 또하나의 가능성을 실험해 본 것이다. 이 감독대행에게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