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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격수 방승환(29)이 고개를 떨궜다. 10일 제주전(1대1 무)이 끝난 뒤였다. 올시즌 FC서울에서 부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방승환은 이날 이적 데뷔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절호의 득점 찬스를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직선적인 성격이다. 불만 있으면 돌려 말하지 못하고 바로 얘기하고야 마는 불같은 성격이다. 2007년 10월 3일 전남과의 FA컵 준결승전에선 분한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고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다 1년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적도 있다. 때문에 가는 팀마다 초반 반짝하다가 사그라지곤 했던 것도 이런 성격과 무관치 않다.
그런 방승환이 안익수 부산 감독을 만나면서 '순한 양'이 됐다. 안 감독이 FC서울 수석코치를 역임하던 2010년이었다. 둘은 충돌도 많이 했지만 안 감독이 더 강했다. 당시 안 감독은 제자로 방승환을 대하지 않았다. 친동생처럼 대했다. 마음이 통했다. 방승환은 안 감독을 친형 같이 느꼈다. 둘의 나이차가 18년이나 나지만, 성격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지시에도 안 감독을 믿고 따랐다.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안 감독의 훈련을 끝까지 소화해냈다.
1년 만에 재회했다. 방승환은 안 감독의 부름에 부산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그래서 부담감이 크다. 개인 목표보다 안 감독의 기대치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래서 FC서울 시절보다 자신에게 더 엄해지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하는 안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다. 친형같은 안 감독은 방승환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이유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