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으로 본 브랜드 축구의 '이상과 현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3-05 15:48


지난 겨울 K-리그 16개팀은 장외전쟁을 치렀다. 각 팀의 축구에 색깔을 입히기 위한 브랜드 전쟁이었다. K-리그 우승팀 전북의 '닥공'과 준우승팀 울산의 '철퇴축구'를 시작으로 '무공해(서울)', '리얼 블루(수원)', '신공(성남)', '강심장 축구(전남)' 등이 탄생했다.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3~4일 막을 연 K-리그. 개막전을 통해 브랜드 축구의 실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감독이 추구하고자하는 '이상'과 개막전에서 드러난 '현실', 그 차이는 어땠을까. K-리그 대표 브랜드 몇 가지를 살펴봤다.

①닥공 시즌 2=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흥실 감독대행은 '닥공'의 업그레이드를 선언했다. 이른바 '닥공 시즌 2'. 성남과의 개막전에서 그 위력이 드러났다. 기존의 '닥치고 공격'에 한 박자 빠른 패스를 가미한 빠른 템포의 축구로 변신했다. 그 중심에는 이동국이 있었다. 이동국은 개막전에서 2골을 몰아 넣으며 K-리그 최다골(117골)의 주인공이 됐다. 빠른 패스는 중국 대표팀 출신 미드필더 황보원이 담당했다. 부상 중인 김정우까지 돌아온다면 '닥공'의 업그레이드 버젼은 완성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②신공=신태용 성남 감독은 시즌 전 '신공(신나게 공격)'을 표방했다. 요반치치-한상운-에벨찡요-에벨톤으로 이뤄진 공격진은 지난 설 연휴, 홍콩 챌린지컵에서 10골을 넣으며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냈다. 개막전에는 중원사령관 윤빛가람까지 출격해 신공의 방점을 찍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에 2대3으로 패했지만 0-2로 뒤진 상황에서 2-2로 따라 잡는 과정은 신났다. 성남은 '신공'으로 '닥공'에 맞서 팬들에게 신나는 개막전을 선사했다. 이상이 멀지 않았다.

③무공해=FC 서울은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한 데얀을 내세운 공격 축구를 천명했다. 그 이름이 바로 '무공해(무조건 공격해)'였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암초를 만났다. 지난 겨울 이적이 무산된 데얀이 문제였다. 지난달 초 일본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훈련에 불참하며 무언의 시위를 한 데 이어 개막전에 또 초를 쳤다. 원톱으로 출격했지만 무기력했다. 활동폭은 눈에 띄게 줄었고, 수비수와 부딪히기만 하면 넘어졌다. 그의 슈팅수는 '0'. 태업에 가까웠다. 서울은 대구에 선제골을 허용했고 데얀은 전반 22분 교체 아웃됐다. 하대성과 몰리나가 파상공세를 펼친 끝에 승점 1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최용수 감독의 '무공해'는 데얀이라는 내부의 적을 만나 현실 앞에 무릎 꿇었다.

④리얼 블루=전관왕 시즌인 1999년으로 돌아가겠다며 '리얼 블루'를 선언한 수원. 전관왕을 이끌어낸 코칭 스태프가 모였다. 겨우내 전력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2012년 수원은 1999년과 달랐다. 개막전에서 부산에 1대0 승리를 거뒀지만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공격진의 파괴력은 좋았지만 발이 느렸다. 중앙 수비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측면 수비에 여전히 불안감을 노출했고 미드필드 플레이는 실종돼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롱패스에 의존한 축구를 선보였다. 윤성효 감독의 이상과는 멀었다. 그는 경기 후 "준비한 것의 반 정도 밖에 보여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⑤철퇴축구=겨우내 '철퇴 축구 업그레이드'를 고민한 김호곤 울산 감독은 이근호-김신욱 조합이라는 해답을 찾았다. 이근호를 J-리그에서 데려오며 철퇴 축구에 스피드를 입혔다. 1m96의 김신욱을 이용한 '고공 축구'에 최전방을 전후좌우로 누비는 이근호의 발이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단순했던 공격 루트도 다양해졌다. 측면 크로스에 의한 헤딩 뿐만 아니라 중앙 돌파의 위력도 배가 됐다. 일본 출신 미드필더 이에나가가 제 자리를 찾는다면 더 빨라진 철퇴 축구까지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개막전을 통해 본 철퇴축구는 업그레이드 끝이었다.

⑥강심장=2011년 K-리그 최소실점(29실점)팀이지만 공격력은 낙제점이었다. 공격수 보강이 겨울의 화두였다. '강'한 공격과 '심'플한 미드필더, 시즌 끝까지 길게 간다는 '장'이 모여 '강심장' 축구가 완성됐다. 하지만 강원과의 개막전은 무득점이었다. 공격력이 지난해 비해 좋아졌지만 골 결정력 부족은 여전했다. 이현승과 김근철이 포진한 미드필더진은 간결한 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였다. 현재까지는 '강심장'이 아닌 그냥 '심장'축구에 가까웠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