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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전남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떠났던 K-리그.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대표팀 코칭스태프, 포항 코치, 경남 초대 감독, 전남 감독 등을 거치며 강행군을 소화한 그에게 2011년은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브라질, 독일 등 해외를 돌아다니며 재충전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고민에 휩싸였다. "계속 축구계에 남아야 할까, 떠나야 할까."
"(상주 감독을 맡기 전에) 1년간의 공백도 있어서 불안감도 있었다. 그런데 최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은걸 보고 자극 받았다. 내가 대표팀 감독이 되는게 목적은 아니지만 상주팀을 잘 만들고 싶다는 자극제가 된건 사실이다."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친한 동생이 한국 축구의 얼굴로 등장한 것이 그를 다시 축구판으로 이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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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른 배를 탔지만 박 감독은 최 감독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설 참이다. 자주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지만 축구에 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란다.
"최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이후 전화통화에서까지 대표팀 얘기를 하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겠나. 그냥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얘기만 한다. 최 감독은 대표팀에서 나는 상주에서 각자 맡은 팀을 잘 이끌면 된다. 친한 동생이 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축구계 은퇴를 고민하던 박 감독을 다시 K-리그로 이끈 동생 최 감독. 묵묵히 뒤에서 동생의 선전을 기원하는 형님 박 감독. 20년 동안 쌓아온 두 감독의 우정은 이렇게 말 없이도 온기를 품고 있었다.
남해=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