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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을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초·중·고교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감독이나 코치, 혹은 프로에서 맺은 사제지간이 이런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곤 한다.
그러나 20대 후반이 되기까지 아직 마음을 털어 놓을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 20대 초반에는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됐지만 20대 후반이 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라운드 위의 멘토, 그리고 인생의 멘토를 찾아 떠나야 했다.
한재웅이 전남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정해성 전남 감독을 믿고 왔단다.
"전남에서 나에게 관심있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주변 지인이나 동료들에게 전남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전부 다 정해성 감독님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하더라. 단 한번도 나쁜 얘기를 듣지 못했다. 감독님이 어떤 분인가 궁금했고, 그동안 프로생활을 하면서 멘토가 될 수 있는 스승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 감독님이 그런 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을 보고 바로 결정했다."
한재웅과 정 감독은 특별한 인연이 없다. 정 감독은 이름만 들어봤을 뿐 플레이를 제대로 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플레이를 본 순간 바로 꽂혔다. 정 감독은 "대전-서울전을 지켜보는돼 빡빡이 한 명이 서울 수비진을 완전히 휘젓고 다니더라. 구단 직원에게 누구인지 물었더니 한재웅이라고 해서 그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한재웅은 정 감독이 추구하는 전남 축구의 스타일에 꽤나 잘 어울렸다. 많은 활동량에 팀을 위해 희생하는 그런 선수. 또 어린 선수들이 즐비해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필요했던 전남의 사정과 딱 맞아 떨어졌다. 정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 4경기에서 그라운드 위에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없어 이길 경기도 지거나 비겼다. 그때 경험 많은 선수를 영입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프로에서 경험이란 그래도 100경기 이상은 뛴 선수여야 한다. 한재웅이 딱 어울린다"며 그를 영입한 이유를 밝혔다.
2003년 K-리그에 데뷔한 한재웅은 지난 시즌까지 프로에서 딱 100경기를 소화했다. 그리고 개인 통산 101번째 경기를 전남에서 맞게 됐다. 한재웅도 전남이 자신을 영입한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전남에 와보니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수준이 높다. 발전 가능성이 많고 비전이 있는 팀이다. 그 안에서 100경기를 출전한 선배로서 경험을 많이 전해주고 싶다. 어린 선수들의 강하고 거친면과 경험 있는 선수들의 부드러운 면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전남이 좋은 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정 감독의 눈을 사로 잡은 '빡빡이.' 어찌보면 독특한 헤어스타일도 정 감독의 눈을 사로잡는데 일조했을 수도 있다. 안 물을 수가 없었다. "왜 짧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나요?"
와이프와의 약속이란다. "항상 3mm로 자르는데 와이프가 직접 집에서 깎아준다. 2009년부터 잘랐는데 운동할때도 편하고 집중하는데 도움된다. 와이프랑 성공할때까지 머리 기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태극마크였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국가대표가 되기 전에 축구 수준을 한 단계씩 높여서 정점에 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런대 대표팀에 뽑혀도 머리는 안 기를 것 같다.(웃음)"
광양=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