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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수원이 이근호 김정우 놓친 이유는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1-04 14:46


지난해 12월 벌어진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준플레이오프. 수원 오범석과 울산 박승일이 몸싸음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수원 골키퍼 정성룡이 공을 잡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수원 삼성은 해마다 겨울이면 국가대표급 선수, K-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IT기업 삼성전자를 모기업으로 둔 클럽답게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최고의 선수를 영입해 베스트 스쿼드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레알 마드리드를 빗댄 '레알 수원'이다. FC서울과 함께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 수원은 선수들이 가장 선망하는 팀이었다. 지난해 정성룡과 오범석 오장은 이용래 최성국 등 전 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 '큰 손' 수원이 조용하다. 아직까지 외국인 공격수 라돈치치(몬테네드로) 외에 이렇다할 전력 보강이 없다. 팀의 간판이었던 염기훈이 경찰청에 입대한 가운데, 올 겨울 최대어로 꼽히는 김정우 이근호 영입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김정우는 전북 현대, 이근호는 울산 현대를 선택했다. 수원은 매년 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라고 판단하면 어김없이 영입했다. 그런데 이번 겨울 수원은 왜 이근호와 김정우를 놓친 것일까. 나아가 또렷한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원 수비수 오범석(오른쪽)이 지난 12월 벌어진 6강 플레이오프 부산전에서 상대 공격수 한상운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축구인들은 수원과 서울, 전북, 울산은 자금력이 풍부한 '빅4'로 꼽는다. 그런데 이번 겨울 수원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여전히 수원이 선수 연봉이나 300억원에 육박하는 구단 운영비 모두 K-리그 최고지만 전북, 울산이 치고올라왔다. 이근호의 경우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 울산의 공세에 밀렸다. 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우는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정우가 먼저 특정팀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울산은 지난 시즌 설기현 곽태휘 송종국 강민수 이 호 등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2009년에 이어 2011년 K-리그 정상에 선 전북은 일찌감치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수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 공격적인 투자다.

김정우는 3년 계약에 최대 50억원(추정), 이근호는 원소속팀 대구FC에 지불해야할 보상금을 포함해 40억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수원 구단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이근호는 울산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영입이 무산됐고, 김정우는 전북이 선수를 쳤다. 수원이 주도하던 이적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수원 오장은이 지난해 울산과의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 FA컵 준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에 그친 성적도 영향을 줬다. 수원은 올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정규리그 우승팀 전북과 2위 울산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전북과 울산이 전력 보강의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데 반해, 수원은 대대적인 선수 영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상황이 아니다. 지난 해 세대교체를 위해 대대적인 선수 물갈이를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수원으로선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번 시즌 프로축구연맹은 승강제를 염두에 둔 스프릿시스템(정규리그 30라운드를 진행한 뒤 상위 8개 팀과 하위 8개 팀 별도 리그 진행)을 도입한다. 아직 강등팀 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2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2부 리그로 추락한다. K-리그 16개 클럽 모두 존 전력을 유지하면서 전력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고 있다. 베스트 11에 들만한 선수가 시장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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