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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30여분 전인 19일 오전, 각 언론사 축구팀 기자들의 메일함에는 K-리그 6개 시도민 구단들의 보도자료가 각각 한통씩 들어왔다. 제목과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
승강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논의하고 확정할 K-리그 이사회를 단 하루를 앞두고 나온 선포였다. 6개 시도민 구단들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뭘까. 우선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크다. 현재 프로축구연맹이 구상하고 있는 승강제안에 따르면 1부리그는 12개팀, 2부리그는 최소 8개팀, 3부리그는 현 내셔널리그, 4부리그는 챌린저스리그가 된다. 일단 내년 시즌 K-리그(스플릿 시스템 적용) 성적에 따라 4개팀(상주 상무 포함)이 2013년 시즌 2부로 떨어진다. 3개팀이 강등대상이다. 변수는 있지만 현재의 전력상 시도민 구단 가운데 3개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시도민구단으로서는 강등 후 팀 존속을 보장하기도 힘들다.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 2부리그가 건강하게 운영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해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이들은 현재의 '3+1 강등'이 아닌 '2+1 혹은 1+1 강등'을 원하고 있다.
섭섭함도 배어있다. 13일 16개 구단 사무국장으로 이루어진 실무추진위원회에서 연맹은 강등안에 대해 브리핑을 했을 뿐 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17일 연맹이 각 구단에 배포한 자료에서도 '승강제 시행'란에 제목만 있을 뿐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11명(연맹 2명·구단 5명·협회 1명·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시도민구단 대표는 단 2명(김재하 대구 사장, 전형두 경남 사장)밖에 없어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섭섭함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행정과 관련해 돈이 없는 시도민 구단들은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시도민구단들의 주장에 대해 연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연맹은 2부리그가 최소 8개팀부터 시작해 차츰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다. K-리그에서 4개팀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2부리그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이다. 승강제 정착을 위해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연맹은 하나의 안을 올릴 뿐이다. 모든 결정은 2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한다"고 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