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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민구단, 이사회 하루전 반발 왜?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2-19 18:08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30여분 전인 19일 오전, 각 언론사 축구팀 기자들의 메일함에는 K-리그 6개 시도민 구단들의 보도자료가 각각 한통씩 들어왔다. 제목과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

'기업구단 입맛 맞춘 일방적 승강제 도입반대'

강원 경남 광주 대구 대전 인천 6개 시도민 구단들이 승강제 도입을 놓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날 대전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이들은 '2013년부터 시행되는 K-리그 승강제가 대안도 없이, 그것도 기업구단의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에 분노를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공청회 등 소통의 창구없이 (승강제 사안을) 밀실에서 계속 추진할 경우 프로축구연맹의 어떠한 사안에도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승강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논의하고 확정할 K-리그 이사회를 단 하루를 앞두고 나온 선포였다. 6개 시도민 구단들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뭘까. 우선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크다. 현재 프로축구연맹이 구상하고 있는 승강제안에 따르면 1부리그는 12개팀, 2부리그는 최소 8개팀, 3부리그는 현 내셔널리그, 4부리그는 챌린저스리그가 된다. 일단 내년 시즌 K-리그(스플릿 시스템 적용) 성적에 따라 4개팀(상주 상무 포함)이 2013년 시즌 2부로 떨어진다. 3개팀이 강등대상이다. 변수는 있지만 현재의 전력상 시도민 구단 가운데 3개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시도민구단으로서는 강등 후 팀 존속을 보장하기도 힘들다.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 2부리그가 건강하게 운영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해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이들은 현재의 '3+1 강등'이 아닌 '2+1 혹은 1+1 강등'을 원하고 있다.

섭섭함도 배어있다. 13일 16개 구단 사무국장으로 이루어진 실무추진위원회에서 연맹은 강등안에 대해 브리핑을 했을 뿐 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17일 연맹이 각 구단에 배포한 자료에서도 '승강제 시행'란에 제목만 있을 뿐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11명(연맹 2명·구단 5명·협회 1명·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시도민구단 대표는 단 2명(김재하 대구 사장, 전형두 경남 사장)밖에 없어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섭섭함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행정과 관련해 돈이 없는 시도민 구단들은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시도민구단들의 주장에 대해 연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연맹은 2부리그가 최소 8개팀부터 시작해 차츰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다. K-리그에서 4개팀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2부리그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이다. 승강제 정착을 위해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연맹은 하나의 안을 올릴 뿐이다. 모든 결정은 2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한다"고 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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