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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찾기 골몰 기술위, K-리그 정서 간과해선 안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2-15 18:12 | 최종수정 2011-12-16 07:40


◇A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감독 선임 이후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13일 파주NFC에서 기술위원회를 진행 중인 황보관 위원장.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공석이 된 A대표팀 감독 찾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황보관)가 A대표팀 감독 선임 조건으로 외국인 지도자를 꼽은 뒤 수많은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부터 터키 슈페르리가 트라브존스포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세뇰 귀네슈 감독(터키)까지 한국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었던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모두 현실성이 없다. 쿠웨이트전까지 70여일이 남은 촉박한 일정과 앞으로 닥칠 최종예선 일정을 뻔히 알고 있을 외국인 지도자들이 '독이 든 성배'인 한국 A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섣불리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점이 있다. 감독 선임 뒤 쿠웨이트전까지 A대표팀을 꾸리기 위해 긴밀하게 협조체계를 다져야 할 K-리그가 그것이다. 어떤 감독이 오든 쿠웨이트전까지 남은 기간 A대표팀 전력 테스트 및 재구성을 요구할 것이다. 자신의 색깔을 입히기 위한 당연한 작업이다. 그런데 시기가 좋지 않다. 2012년 K-리그는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 시행으로 무한경쟁 체제다. 모든 팀이 상위리그 진입을 목표로 서둘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1월 초부터 전지훈련을 떠나는 구단도 수두룩 하다. 이런 와중에 새 감독이 와서 선수 차출을 요구할 경우, 구단들이 순순히 응할지 미지수다.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한국 축구 공통의 과제만큼 2012년 K-리그는 각 구단에게 중요하다. 하부리그에서 강등싸움을 벌일지도 모르는 일부 구단 입장에서는 팀 존폐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를 보내달라고 하면 달가울 리가 없다. 2010년 1월 A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4주간 소집을 했던 것은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당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처럼 축구협회가 강압적으로 선수차출을 요구했다가는 오히려 된서리를 맞을게 뻔하다. 2007년 1월 올림픽대표팀 감독직을 겸임하던 핌 베어벡 감독이 카타르 8개국 친선대회 출전을 이유로 선수 차출 요구하자 축구협회가 무리하게 선수 차출을 시도했다가 구단의 집단반발로 결국 꼬리를 내렸던 사건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때문에 기술위원회는 감독 선임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떤 감독이 오든 A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K-리그 각 구단과 위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읍소를 해서라도 3차예선 최종전 승리와 최종예선 통과라는 과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한다. 국내파 감독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그릇된 판단은 버려야 한다. 어렵게 시작한 기술위의 감독 선임 작업이 마지막에 빛을 보기 위해서는 사후처리라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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