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축의 외국 감독 물색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전법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2-14 09:43


13일 파주NFC(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열렸다.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새롭게 선임된 7명의 기술위원들이 공석인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논의를 펼쳤다. 회의를 마치고 공식브리핑을 갖고 있는 황보관 위원장.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무척 혼란스럽다. 대한축구협회가 무슨 말을 해도 축구팬들은 그대로 믿지 못한다. 감독 추천권을 가진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3일 새로 구성돼 첫 회의를 가졌다. 외국인 감독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어리둥절하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쿠웨이트전(2012년 2월 29일)을 설마 외국인 감독에게 맡길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단두대 매치가 될 수 있는 그 경기를 어느 외국인 지도자가 맡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축구협회가 추진하겠다는 외국인 영입은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2000년대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을 거쳐갔던 외국인 지도자의 영입과정을 보면 하나의 큰 줄기가 있다. 이번에도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관전법을 알고 있어야 머리가 덜 아프다.

축구협회가 아무리 큰 거물을 데려오더라도 줄 수 있는 연봉에 한도가 있다. 그 금액은 20억원(추정)을 넘을 수 없다. 최대로 많이 제시해봤자 15억원일 것이다. 가장 성공한 감독 히딩크의 연봉도 12억원 정도였다. 뒤이어 온 코엘류,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베어벡 모두 10억원 근처에서 맴돌았다. 따라서 이미 연봉이 50억원을 넘어선 세계적인 명장들을 축구협회가 접촉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축구팬들이 다시 왔으면 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히딩크 감독의 몸값은 5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는 웬만해선 거쳐갔던 곳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친정과도 같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을 제외하곤 두 번 간 곳이 없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겼다.

히딩크, 아드보카트, 베어벡 등은 하나 같이 축구협회와 오랜 친분을 쌓아온 영국 에이전트 KAM의 추천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 연결고리 연할을 했던 인물이 가삼현 전 사무총장이다. 현재 가 총장은 축구협회를 떠나 현대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 축구협회와 KAM의 연결고리가 끊어졌을까.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축구협회는 지금도 KAM이 잡아주는 상대와 A매치를 자주 벌인다. 따라서 축구협회가 외국인 지도자를 물색한다면 KAM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물론 에이전트들이 외국 파트너의 추천을 받아 이력서를 축구협회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낯설고 신뢰하기 힘든 에이전트 보다 믿음직한 KAM을 이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KAM과 친분이 있는 지도자가 영입 후보에 오를 수 있다.

축구협회는 서유럽 지도자를 선호했다. 동유럽 지도자는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로 꺼렸다. 또 영어가 안된다는 이유로 남미 지도자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축구의 최신 흐름은 스페인을 중심으로 하는 패스게임이다. 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일본축구협회는 지난해 오카다 감독 후임을 찾았을 때 남미 지도자에 주목했다. 결국 실패했지만 일본축구협회의 큰 그림은 맞았다고 봐야 한다. 조광래 감독이 중도하차했지만 그가 꿈궜던 스페인식 패스축구는 틀리지 않았다. 그 흐름을 다음 지도자가 살려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교한 패스를 중시하는 스페인이나 남미 지도자를 검토해볼만하다. 영어가 안 된다고 무시할 게 아니다. 의사소통도 좋지만 영어는 하나의 수단이다. 통역을 두면 된다.

적당한 연륜, 아시아 축구와의 인연도 고려된다. 아무리 젊어도 40대 후반은 넘겨야 한다. 또 너무 고령도 곤란하다. 60세를 넘긴 지도자는 선호하지 않는다. 아시아축구 특히 중동 축구를 잘 안다면 축구협회가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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