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들 "조광래 감독 경질, 절차와 신의에 문제 있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2-08 15:04


7일 오후 갑자기 들려온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경질 소식과 8일 대한축구협회의 기자회견. 협회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 감독의 경질을 공식화 했지만 절차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기술위원회의 역할과 감독 경질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대표팀 감독의 거취 결정은 축구협회 산하 기술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협회장의 재가가 필요하지만 일련의 과정이 생략됐다. 축구협회 정관을 지키지 않았다. 협회도 기자회견을 통해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소식을 접한 축구인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에 큰 문제가 있다며 입을 모았다.

"이번 결정을 보면 원칙과 상식이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을 이끌고 원정 최초 16강 진출을 이뤄낸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날을 세웠다. 대표팀 감독의 경질과정에서 드러난 축구협회의 원칙에 의문을 드러낸 그는 "도대체 기술위원회는 뭐하는 조직이고 역할이 무엇이냐. 원칙과 상식이 없는 결정이었다. 한국 축구가 점점 퇴보하는 결정을 내리면 안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기술위원들을 상근직으로 둬야 한다. 앞으로 누가 대표팀 감독이 되든, 협회에 원칙과 상식이 없으면 힘들다"고 덧붙였다.

윤성효 수원 삼성 감독은 "감독하기가 힘드네요"라는 한숨으로 입을 열며 '신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가) 믿고 맡겼다면 최소한 월드컵 예선이 끝날때까지는 계속 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경질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유상철 대전 시티즌 감독 역시 "절차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최소한 대화는 없었던 것 같다. 축구인으로서 대표팀에 오래 몸 담았었기 때문에 아쉽다"라며 경질 과정에 문제점을 지적한 후 "대표팀 선수들도 심리적 동요가 있을 것 같다. 새 감독에 대한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 지 걱정이다"라고 답했다.

2002년까지 2년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지냈던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성적에 따라 대표팀 감독의 경질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런 과정으로 경질한다는 것은 안 된다. 기술위원회의 규정에 의하면, 기술위원회가 각급 대표팀 감독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데 회장단이 안되겠다고 해서 바꾼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회장단의 생각을 반영해 감독의 거취를 결정한 사례가 예전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봐도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7일 조 감독을 만나 경질 통보를 한 과정도 문제 삼았다. "답답한 것은 왜 축구인들이 축구인들을 천박하게 대하느냐. 잘못한 점이 있다면 기술위원회가 모여서 조 감독과 함께 얘기를 했어야 한다. 인권적인 부분에서 예우를 지켰어야 했다. 축구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걱정된다. 어이없고 답답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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