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 "이런 식이면 수용하기 어렵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2-08 08:35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한 잠도 못 이뤘다.

8일 새벽 전화 넘어 들여온 목소리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담담했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일방적인 경질 통보에는 납득하지 못했다.

조 감독은 7일 오후 8시 서울의 모 호텔에서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만났다고 한다. 황보 위원장은 윗선의 뜻이라며 불쑥 경질을 통보했다. 조 감독은 "정식 기술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것인가, 아니면 기술위원장의 뜻인가라고 물었다. 황보 기술위원장은 부회장단의 뜻이라고 대답했다"고 했한다.

그리고 "나의 대표팀 운영 방식이 옳지 않다면 기술위원회를 통해 설명하고 토론하면 된다. 토론을 통해 나의 운영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정이 나면 깨끗하게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입장을 담은 이메일도 전했다. 다음은 조 감독의 이 메일 전문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조광래입니다.

저의 경질 관련 뉴스로 많은 축구팬들이 놀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이번 사태와 관련된 간략한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7일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급히 전할 이야기가 있다는 갑작스러운 연락이 와서 오후 8시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황 위원장은 "죄송하지만 어려운 말씀을 드려야 겠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그만두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축구협회 부회장단 등과 의논한 결론이다"라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기술위원회의 최종 결정이냐.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의논하기 위해서 기술위원회가 열린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좀 더 생각해보고 내일 다시 연락을 달라. 나도 고민해보겠다"는 말을 전하고 짧은 만남을 끝냈습니다.

국가대표팀의 선임과 해임은 기술위원회의 권한이고 결정사항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저의 해임을 두고 어떠한 기술위원회도 열린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위원회가 그동안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을 토대로 면밀한 분석과 토의끝에 어떠한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저는 수용할 용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위원회의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조광래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향후 어떠한 인물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떠나는 일이 있다고 해도 한국축구의 대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대표팀 감독직이 좌우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됩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공식 결정이 내려진다면 저의 입장을 소상하고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2011년 12월 8일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조광래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