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기술이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2-05 14:22 | 최종수정 2011-12-07 08:44


기술이 결국 전북에게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4일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끄린 루이스(가운데 아래)가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2.04/

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기술이었다.

울산 현대는 강력한 수비를 앞세운 '철퇴'(안정된 수비 구축 뒤 한방을 노리는 축구)축구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는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대표적인 팀이었지만, 울산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그러나 전북 현대는 해냈다. 울산의 체력이 떨어진 부분도 있었지만, 전북에는 작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테크니션이 있었다.

루이스와 에닝요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였다. 루이스는 4일 전북을 2011년 K-리그 챔피언으로 이끈 결승골을 터뜨렸다. 두번의 페널티킥을 제외하고 울산의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한 전북은 루이스의 개인기를 전세를 뒤집었다. 루이스는 하프라인부터 질풍같은 드리블로 울산 수비 2명을 벗겨낸 뒤 울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1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일 열린 1차전에서 에닝요는 그림같은 역전골을 터뜨렸다. 문전으로 올라온 전북의 크로스를 울산 수비수 이재성이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에닝요 앞에 떨어졌다. 에닝요는 짧은 시간 절묘한 기술로 수비수 사이를 돌파해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기술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장면들이다.

K-리그는 테크니션에게 척박한 무대다. 유럽이나 남미가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축구를 한다면, 한국은 단점을 최소화하는 축구를 한다. 당연히 테크닉보다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을 선호한다. 최문식 윤정환 고종수 등으로 대표되는 테크니션들이 존재했지만, 이들의 장점을 살려주지 못했다. K-리그 특유의 거친 맨투맨 수비도 이들의 활약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이다. 전술이라는 것은 기술을 보완하는 것에 출발했다. 전술이 발전하고 조직력이 극대화되며 강팀과 약팀간의 간격이 줄었지만, 기술축구의 득세로 다시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패싱축구로 세계 축구의 패권을 잡은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가장 이상적인 축구로 각광받고 있다.

내년 시즌 강등제의 시작으로 수비축구가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물론 수비축구도 전술의 형태다. 하지만 수비만으로는 정상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입증시켰다. 그래서 루이스와 에닝요라는 두 테크니션을 앞세운 전북의 우승은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