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챔피언결정전은 브랜드 싸움, 닥공 대 철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1-29 08:22


◇'닥공'을 이끄는 최강희 전북 감독(왼쪽)과 '철퇴'축구의 주인공 김호곤 울산 감독. 스포츠조선DB.

2011년 K-리그 챔피언결정전은 브랜드 싸움이다.

전북 현대가 '닥공(닥치고 공격)'축구라면, 울산 현대는 '철퇴'축구다. 전북이 '닥공'으로 정규리그를 호령했다면, 울산의 '철퇴'는 포스트시즌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두 팀의 상반된 브랜드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전북의 '닥공'은 이번 시즌 시작을 알리는 K-리그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완성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한 네티즌의 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닥치고 공격하라'는 공격축구에 대한 팬들의 염원은 최 감독이 원하던 축구와 일치했다. 전북의 공격축구를 직설적으로 대변하는데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다.

전북은 '닥공'으로 상대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리드하고 있을때도 전북은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른바 '잠그기'축구는 전북 사전에 없었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스코어들이 전광판을 수놓았다. 전북은 이번 시즌 K-리그 30경기에서 67골을 넣었다. 경기당 무려 2.23골이라는 K-리그 역사상 최고의 평균 득점을 기록했다. 득점원도 다양했다. 주포 이동국의 16골을 비롯, 김동찬이 9골, 에닝요가 8골, 이승현이 7골을 넣었다.

울산의 '철퇴' 역시 한 팬의 글에서 시작됐다. 축구게시판에 게재된 '김호곤 축구는 무기로 치면 철퇴다'라는 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운영하다 한 방의 철퇴로 내려치는, 파괴력 넘치는 한방 축구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울산의 축구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다.

울산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이재성-곽태휘 중앙 수비와 이 호-에스티벤이 지키는 중원의 견고함을 바탕으로 설기현 김신욱 박승일로 이어지는 역습을 주 전술로 삼았다. 올시즌 29실점으로 K-리그 최소 실점을 한 수비진의 단단함은 명성 그대로였고, 설기현의 영리한 돌파와 김신욱의 고공 폭격은 날카로움을 더했다. 고비때마다 한방씩 터진 울산의 철퇴는 리그 2, 3, 4위였던 포항, 서울, 수원을 무너뜨렸다.

'닥공'이 최 감독으로부터 직접 공인된 전북만의 트레이드 마크라면 '철퇴'는 아직까지 네티즌 사이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다. 그러나 김호곤 울산 감독이 28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철퇴'축구에 대해 "괜찮다고 생각한다. 칭찬이라고 본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울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발전될 가능성이 보였다.

새로운 브랜드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든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몰입하게 하는 것은 그 경기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다. K-리그 최고 인기팀이자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는 서울과 수원이 탈락하며 다소 김빠진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전북의 '닥공'과 울산의 '철퇴'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식상한 표현을 넘어 팬들에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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