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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순간, 벤치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지략대결은 스포츠의 또 다른 매력이다.
20년 가까이 흘렀다. 최 감독이 지난 4월 사령탑에 올랐다. 감독간의 대결은 단 한 차례였다. 8월 6일 제자가 스승의 안방에서 2대1로 이겼다. 6강 PO, 벼랑 끝에서 적이 됐다. 김 감독과 최 감독은 19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무대에 선다. 일전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위트 넘치는 말로 칼날을 세우는 최 감독도 상대가 상대인지라 처음에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췄다. "존경하는 김호곤 선생님과의 경기다. 큰 부담보다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즐기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 박진감 넘치고 팬들이 즐기는 축구를 하겠다. 다만 승리는 우리가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
상대에 대해서는 칭찬일색이었다.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최 감독은 "울산은 실점이 상당히 적다. 수비가 견고하다. 세트피스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단점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웃었다.김 감독은 "서울은 아주 강팀이다. 공수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고, 공수전환이 빠르다. 공격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1막이었다. 기자회견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칼끝은 더 예리해졌다. 인간적인 정은 잠시 접어뒀다.
"김 감독님의 경기 때는 경기 전 기에서 눌린다. 그러나 난 열정과 패기가 있다. 시작하면 그것이 안 보인다. 사제지간은 잠시 접고, 승리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 일찍 만나서 다행이다. 선생님께서 우리와의 경기가 끝난 후 빨리 휴가를 가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최 감독의 말이 끝나자 폭소가 이어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보다 능력이 우선이다. 안되면 그만둬야 된다. 나이 많은 감독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상당히 불쾌하다." 김 감독도 화끈한 미소를 선사했다.
최 감독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시작부터 끝까지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견고한 수비라인을 갖춘 김 감독은 "창과 방패라는 말이 맞다. 하지만 내가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창이다. 창과 방패 중 누가 이길지는 내일 알 것으로 본다"고 맞불을 놓았다. 19일 스승과 제자의 운명이 결정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