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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김호곤 감독의 얄궂은 운명, 결말은 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1-18 13:51


◇18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대회의실에서 K-리그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플레이오프 대결을 펼칠 FC서울 최용수 감독대행, 울산현대 김호곤 감독, 수원삼성 윤성효 감독, 부산아이파크 안익수 감독(왼쪽부터)이 미디어 데이에 참석 했다. 우승트로피와 함께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소감을 말하고 있는 감독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순간, 벤치도 뜨겁게 달아오른다. 지략대결은 스포츠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인연이 있다. 두 감독의 운명이 얄궂다. 색다른 재미가 있다. FC서울과 울산의 6강 플레이오프(PO)는 '사제지간'의 대결로 관심이다.

김호곤 울산 감독(60)은 '아들뻘'인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40)의 스승이다. 김 감독이 연세대 지휘봉을 잡을 당시 최 감독이 선수로 뛰었다.

20년 가까이 흘렀다. 최 감독이 지난 4월 사령탑에 올랐다. 감독간의 대결은 단 한 차례였다. 8월 6일 제자가 스승의 안방에서 2대1로 이겼다. 6강 PO, 벼랑 끝에서 적이 됐다. 김 감독과 최 감독은 19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무대에 선다. 일전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위트 넘치는 말로 칼날을 세우는 최 감독도 상대가 상대인지라 처음에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췄다. "존경하는 김호곤 선생님과의 경기다. 큰 부담보다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즐기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 박진감 넘치고 팬들이 즐기는 축구를 하겠다. 다만 승리는 우리가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

김 감독도 담담했다. "6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왔는데 마지막 결승전이다. 올시즌 초반부터 목표는 우승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선수들을 믿기 때문에 승리할 것으로 본다."

상대에 대해서는 칭찬일색이었다.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최 감독은 "울산은 실점이 상당히 적다. 수비가 견고하다. 세트피스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단점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웃었다.김 감독은 "서울은 아주 강팀이다. 공수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고, 공수전환이 빠르다. 공격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1막이었다. 기자회견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칼끝은 더 예리해졌다. 인간적인 정은 잠시 접어뒀다.


"김 감독님의 경기 때는 경기 전 기에서 눌린다. 그러나 난 열정과 패기가 있다. 시작하면 그것이 안 보인다. 사제지간은 잠시 접고, 승리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 일찍 만나서 다행이다. 선생님께서 우리와의 경기가 끝난 후 빨리 휴가를 가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최 감독의 말이 끝나자 폭소가 이어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보다 능력이 우선이다. 안되면 그만둬야 된다. 나이 많은 감독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상당히 불쾌하다." 김 감독도 화끈한 미소를 선사했다.

최 감독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시작부터 끝까지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견고한 수비라인을 갖춘 김 감독은 "창과 방패라는 말이 맞다. 하지만 내가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창이다. 창과 방패 중 누가 이길지는 내일 알 것으로 본다"고 맞불을 놓았다. 19일 스승과 제자의 운명이 결정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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