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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일박쌍용'없는 조광래호 플랜 B는 허수아비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1-15 23:39


한국과 레바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경기가 15일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전반 역전골을 페널티킥으로 허용한 선수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베이루트(레바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1.15/

그라운드에 리더가 없었다. '일박쌍용'없는 조광래호의 플랜 B는 허수아비였다. 실험은 실패였다.

조광래호가 15일(한국시각)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한국 31위)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일박' 박주영(아스널)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쌍용'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은 부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변신을 시도했다. 컨디션이 저조한 지동원(선덜랜드)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만화축구'의 정점이었던 6월 가나와의 평가전(2대1 승)의 베스트 11과 비교하면 8명이 바뀌었다. 제2의 도약을 꿈꾼 이근호(감바 오사카)와 신예 이승기(광주) 손흥민(함부르크) 서정진(전북) 등이 전면에 섰다. 조 감독은 "더 단단한 팀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꿈을 밝혔다.

현실은 달랐다. 첫 단추부터 꼬였다.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렀다. 전반 4분 세트피스에서 알 사디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17분 뒤 이근호가 얻은 페널티킥을 구자철이 골로 연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전반 31분 구자철의 어이없는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아트위가 골문을 다시 열었다.

매듭을 풀 선수가 없었다. 공수에 걸쳐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박주영과 이청용이 없는 공격은 우왕좌왕했다. 이승기 서정진 손흥민은 '신인티'를 벗지 못했다. 의욕만 넘쳤을 뿐 발이 따라가지 못했다. 조 감독은 후반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동원과 남태희(발랑시엔)가 교체투입되면서 4-4-2시스템으로 전술 변화가 이뤄졌다. 지동원과 이근호가 투톱, 좌우측에 남태희와 이승기가 포진했다. 손흥민과 서정진은 교체됐다. 개선되지 않았다.

기량은 함량미달이었다. 볼터치는 둔탁했고, 개인기도 통하지 않았다. 골문 앞에서의 플레이는 부정확했다. 리듬을 타지 못했다.

기성용이 빠진 중원은 공격보다 더 부실했다. 조 감독이 왜 구자철을 고집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구자철과 홍정호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 공수 연결고리가 이들의 임무다. 패스의 질은 떨어졌다. 빠른 공수 전환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템포가 느려지면서 패싱 타이밍은 엇박자를 냈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흐름이 답답했다. 홍정호는 치욕적인 하루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역할을 못하자 왼쪽 윙백인 이용래와 포지션을 바꾼 후 후반 26분에는 윤빛가람과 교체됐다.


두 골을 허용한 수비도 매끄럽지 못했다. 미드필더와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예리하지 못했다. 이용래를 왼쪽 윙백으로 고집해야 하는지는 물음표로 남았다.

전반적으로 경험이 부족했다. 그라운드에선 위기를 관리할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박주영과 이청용 기성용이 모두 빠진 한국 축구는 레바논에서 방향을 잃었다. 조 감독의 플랜 B는 자충수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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