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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지도자들이 폭발했다.
축구회관 정문에서 시작된 시위는 대한축구협회 사무실까지 진입해 농성이 이어졌다. 한 대학 감독은 "축구 선수는 특기생이라 장학생 대우를 받는다. 4년간 1인당 1억5000만원이 든다. 이들이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면 대학에서도 투자할 가치가 사라진다.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R-리그의 존속은 생존의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R-리그는 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대회다. 프로연맹 이사회는 지난달 20일 R-리그 운영 방안에 칼을 댔다. 시민구단을 중심으로 재정과 운영면에서 R-리그를 존속시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을 냈고, 수정키로 했다. 올시즌까지 R-리그 참가는 강제적이었다. 내년 시즌 부터는 강제력이 사라진다. 기업구단의 경우 2군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절반 정도로 축소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축구협회도 난감하다. 노흥섭 부회장과 김진국 전무가 진화에 나섰다. 축구협회는 "우리도 R-리그 존속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R-리그는 프로연맹 이사회가 결정하는 사안이다. 협회가 감놔라 대추놔라 할 문제가 아니다"며 당혹해 했다. 아마추어 감독들은 면담에서 조 회장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프로연맹의 입장은 단호하다. 선수 선발 문제는 구조가 바뀌면서 오는 필연적인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연맹 관계자는 "R-리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각 팀 사정에 따라 참가여부를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일 뿐, 참가팀이 있으면 대회는 실시된다"고 했다. 그리고 "드래프트제가 계속 시행된다고 해도 앞으로 대부분의 구단이 클럽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리게 될 것"이라며 "아마추어 선수들이 클럽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춰 프로에 도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R-리그를 축소 내지 폐지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대학 졸업생을 무조건 모든 기업에 취직시켜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시기도 미묘하다. 내년은 정치판처럼 한국 축구도 선거의 해다. 하반기가 되면 시도협회와 산하 연맹 회장 선거가 있고, 2013년 1월에는 축구협회장 선거로 이어진다. 축구협회장은 시도협회장 16명과 산하 연맹 회장 8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시위에 참가한 감독들은 벌써 "R-리그가 존속되지 않으면 각 선거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김성원 박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