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졌다면 깨끗이 승복하면 그만이다. 진정한 스포츠맨이라면 강한 상대를 만난 것을 오히려 행운으로 여긴다. 패배를 통해 또다시 채워야 할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수원은 27일 새벽(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알사드(카타르)와의 ACL 4강 1차전에서 오장은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겼지만 1,2차전 합계 스코어에서 1대2로 졌다. 결승행이 좌절됐다.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속이 타들어간다. 올시즌 수원은 정성룡 오범석 오장은 이용래 등 팀을 바꿀만한 인재들을 끌어모았다. 새로운 부품이 팀이라는 거대한 기계에 적응하기까지 시즌 초반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었다. 이후 수원은 반등했다.
지난 19일 알사드와의 ACL 4강 1차전은 소설같은 상황이었다. 부상 선수가 생겨 볼을 아웃시킨 뒤 다시 공격권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는 수원이 약간 늦게 터치라인 아웃을 시켰다고 주장하며 볼을 가로채 무방비 상태에서 추가골을 넣어버렸다. 결국 흥분한 관중이 그라운드로 난입하고 양팀 선수들은 주먹을 주고받으며 싸웠다. 결국 이 문제의 1골 때문에 아시아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향후 추가 징계는 차치하고라도 초유의 사태에 명문 수원이 입은 생채기는 쉽게 아물기 힘들다.
이제 남은 것은 정규리그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27일 "잘 싸웠지만 선수들이 많이 지쳤다. 정규리그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3위 수성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수원은 오는 30일 제주와 홈에서 시즌 최종전을 갖는다. 3개 대회를 치르느라 수원 선수들은 숟가락 들 힘조차 없다. 하지만 FC서울과 막판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리그 3위를 차지하면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6강 플레이오프 승리시)를 홈에서 치른다. 수원은 올시즌 유난히 홈에서 강하다. 수원은 제주전 올인을 선언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