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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경희대를 거쳐 안양 LG(현 FC서울) 유니폼을 입었으니 프로 10년차. 이정수(31·카타르 알사드)에게 지금이 프로생활을 시작한 후 가장 힘든 상황일 것 같다. 19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수원 삼성전. 후반 36분 수원이 부상 선수 치료를 위해 아웃시킨 볼을 알사드 선수가 수원쪽으로 스로잉을 했는데, 돌연 알사드 최전방 공격수 니앙이 이 공을 잡아 골로 연결했다. 축구판의 관행을 깬 어이없는 상황은 난투극으로 이어졌다.
이정수는 몸싸움에 나선 동료들을 뜯어 말렸다. 그러나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일이다. 수원에 한 골을 내줘야 한다" 는 이정수의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이정수는 피치를 벗어나 벤치로 나왔다. 감독의 교체 사인이 없었는데도 그라운드를 떠난 것이다. 경기 중에 있을 수 없는 항명이었다.
모든 것을 내던졌다. 소속팀으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는 물론, 퇴출 될 수도 있다. 이정수는 경기후 한국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누가봐도 비신사적인 행동이었다. 앞으로 알사드에서 계속 뛸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맨시티의 카를로스 테베스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유럽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바이에른 뮌헨전 후반 교체 출전을 지시하자 이를 거부해 2주 근신 처분을 받았다. 만치니 감독은 "앞으로 테베스가 경기에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까지 했다. 이정수 또한 조만간 소속팀의 징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료들의 행동에 반기를 들었으니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정수가 경기장을 이탈한 가장 큰 이유는 우루과이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호르헤 포사티 감독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포사티 감독은 니앙이 골을 넣자 벤치에서 환호했다. 정당한 골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척 했다. 흥분한 선수들을 자제시켜야 할 감독이 함께 흥분한 것이다. 포사티 감독은 "돌아가면 이정수와 면담을 하겠다"고 했다.
동료들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게된 이정수, 하지만 한국팬들의 마음을 얻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