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란 없다, K-리그 막내 광주 축구의 원동력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10-20 14:36


사진제공=광주FC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우려섞인 말만 들려왔다. 지난해 12월 태동한 광주FC가 '야구의 도시'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신생팀이라 선수 구성도 빈약했다. 대부분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국내외 무대 적응을 실패한 선수로 꾸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광주 축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광주를 연고로했던 군팀 상무의 이미지를 벗기고 있다. 특히 시민구단들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올시즌 광주가 정규리그에서 따낸 승수는 총 9승이다. 역대 시민구단 데뷔시즌 최다승(7승)을 기록했다. 대구(2003년·7승), 경남(2006년·7승), 강원(2009년·7승) 등의 기록을 2승이나 늘렸다. 남은 두경기에서 두자릿수 승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K-리그 막내 광주 축구의 원동력이 됐을까.


최만희 광주 감독. 스포츠조선 DB
최만희 감독의 '아가페 리더십'

4월 16일. 광주는 전북 원정에서 1대6으로 크게 졌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동안 기존 K-리그팀들과 박빙의 승부를 펼쳐오던 선수들은 큰 좌절감을 맛봤다. 그러나 최만희 광주 감독은 선수들을 혼내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의기소침할 필요없다. 우리가 몇년 전부터 계속 부진한 플레이를 했다면 모를까. 우리는 처음 전북을 상대해봤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지만, 기다림을 강조했다. 최 감독은 현장에서 11년간 지도자로 일했다. 그만큼 풍부한 경험과 경기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가 쌓은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모두 전수한다. 최 감독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줘야 한다. 그동안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말해준다.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따라와 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최 감독은 "아직 미완성이다. 완성되려면 한참 멀었다. 그렇지만 고쳐 나가다보면 언젠간 프로의식들이 자리잡혀 팀도 정착이 되지 않을까"라며 희망적인 미래를 그렸다.


유종현. 사진제공=광주FC
'시너지 효과' 헝그리 정신+젊은 패기

선수들은 올시즌 '헝그리 정신'으로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 비교적 원활하게 창단된 역대 시민구단들에 비해 광주는 그렇지 못했다. 창단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 제대로 된 기반시설을 갖추기 어려웠다. 창단자금으로 90여억원이 모였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클럽하우스도 없었다. 원룸 한개 동을 빌려 생활하고 있다. 전용 연습구장이 있을리 만무했다. 월드컵보조경기장을 비롯해 무등경기장. 상무시민공원, 강진. 영광 등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메뚜기 훈련'을 실시했다. 심지어 땅이 딱딱하고 부상 위험이 높은 곳에서도 훈련을 해야했다. 악재도 겹쳤다. 단장 금품수수 비리(무혐의)와 승부조작 스캔들이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전혀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단지,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은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평가되어 왔지만, 광주에서 부활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신감과 젊은 패기가 한데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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