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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알사드 난투극, 이정수 끝까지 페어플레이 주장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10-19 22:28


수원월드컵경기장이 격투기장으로 변했다. 물병이 날아들고, 관중이 난입하고, 선수들은 주먹다짐을 했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알사드(카타르)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은 더이상 축구가 아니었다. 발단은 알사드의 더티 플레이 때문이었다. 수원은 페어플레이로 상대를 대했으나 그들은 눈앞에 놓인 골에 양심을 팔아버렸다.

수원이 0-1로 뒤진 후반 36분. 양팀 선수 1명씩, 2명이 경기중 부딪혀 알사드 문전에 쓰러져 있었다. 볼을 잡고 돌리던 수원 염기훈은 터치라인으로 볼을 몰고나가 일단 아웃시켰다.

이런 경우 전세계 모든 축구경기에서는 볼을 아웃시킨 상대에게 다시 공격권을 준다. 부상자 치료가 끝난 뒤 다시 터치아웃을 시키기 어려울 경우 상대편 골키퍼에게 볼을 차주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날 부상자 치료가 끝난 뒤 알사드는 수비수가 볼을 잡은 뒤 스로잉을 했고, 이를 수원 골키퍼 정성룡을 향해 롱패스했다. 수원 선수들은 당연히 정성룡에게 볼을 넘겨주는 줄 알고 수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사드 최전방 공격수 니앙은 수원 선수들이 멍하니 있는 사이 볼을 잡은 뒤 정성룡을 제치고 두번째 골을 넣어버렸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0-2.

수원 선수들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격분했고, 골을 넣은 니앙에게 달려갔다. 멱살을 잡고, 욕설이 오갔다. 수원팬들은 이 황당한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야유를 보내며 물병을 던졌다. 5분여간 혼란이 이어지다 경기가 속개될 즈음 이번에는 한 관중이 난입했다. 흥분한 관중은 알사드 골키퍼의 멱살을 잡았다. 이를 본 수원 주장 염기훈이 쏜살같이 달려가 불미스런 일을 막아보려 했지만 염기훈 보다 먼저 알사드 수비수 2명이 이 관중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이를 본 수원팬들은 더 흥분하고, 양팀 선수들도 뒤엉켰다. 몸을 풀던 선수들까지 합세해 주먹을 주고받았다. 아수라장은 심판이나 코칭스태프가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었다. 유혈이 낭자한 10분간 혼돈의 사태가 정리되고 수원 스테보와 알사드 케이타가 동시 퇴장당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알사드에는 수원에서 뛰었던 국가대표 수비수 이정수가 있다. 이날 양팀 선수들이 뒤엉키자 이를 뜯어말리던 이정수는 경기종료 10분을 남기고 교체아웃됐다. 이정수는 니앙의 두번째 골이 나온뒤 니앙에게 "이건 페어플레이가 아니다"며 "우리가 한 골을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동료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수는 동료들과 싸우다가 화가 나 경기장을 나와버렸고, 다니엘 감독은 뒤늦게 이정수를 교체했다. 이정수는 경기후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얘기는 했지만 앞으로 알사드에서 계속 게임을 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날 수원은 0대2로 져 오는 26일로 예정된 원정 2차전에 부담을 안게 됐다. 창단 이후 15년간 수원은 아시아클럽팀을 상대로 홈에서 진 적이 없었는데 27경기 무패(22승5무) 끝에 첫 패를 안았다. 수원=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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