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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지만 쉽지 않다. 아버지의 입에서 "만족스럽다"는 말은 결코 나오지 않았다. "잘한 점 보다는 항상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는게 축구인이자 아버지로서의 평가였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3차전을 직접 관전한 기성용(22·셀틱)의 부친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은 아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이용래(25·수원)과 함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 풀타임 활약한 기성용은 터프한 수비를 바탕으로 UAE를 무력화시켰다. 좌우 측면 공격수를 향한 롱 패스는 공격수의 발 앞에 배달될 정도로 정확했다. 결승골이 된 UAE의 자책골 역시 기성용의 날카로운 코너킥에서 시작됐다. 현란한 드리블 실력도 뽐냈다. 경기 MVP(최우수선수)는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박주영(26·아스널)이 아닌 기성용의 몫. 다른 태극전사들의 부진 속에서 홀로 밝게 빛났다.
하지만 기 회장은 평가는 달랐다. '패싱 타이밍'을 지적했다.
"경기 조율이 매끄럽지 못했다. 공격이 움직여서 공간을 만들어주면 패스가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전반에는 괜찮았는데 후반에는 패싱 타이밍이 늦었다. 측면에서 드리블을 하거나 공을 접다보니 공격 속도가 느려졌다. 슈팅이든 패스든 빠른템포로 했어야 했다. 프리킥도 강하고 예리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패스 타이밍으로 시작된 지적은 끝이 없었다. 이어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니 패스의 정확도가 낮아지고 타이밍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후반전에 중앙에서의 2~3차례 패스미스는 나와서는 안될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A대표팀 승리의 수훈갑이었다. 혹독한 평가만하기에는 가혹했다. '아들에게 무슨 칭찬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을 이어나가자 어렵게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경기와 다르게 헤딩을 적극적으로 했다. 그리고 문전에서 공을 잡으면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찼다. 아무래도 (셀틱에서) 경기를 계속 뛰고 있기 때문에 생긴 여유같다."
기 회장이 항상 아들에게 주문하던 것이 바로 '적극적인 헤딩'이다. 1m87의 신장을 적극 활용하길 바랐다. 그런데 헤딩을 아끼던 기성용이 UAE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몸 싸움을 하며 공중볼을 수 차례 따냈다. 한국의 승리에도, 결승골의 발판을 마련한 코너킥에도 기 회장은 웃지 않았지만 '헤딩'을 하는 아들의 모습에는 흡족한듯 미소를 지었다. 점수를 매겨달라는 말에는 "70점"이라고 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