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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알베스, 그리고 변형 스리백의 허와 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0-09 15:57


조광래 감독은 어떻게 변형 스리백을 완성시킬까.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와 친선경기에서 조광래 감독이 후반 동점골을 허용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이 바르셀로나 축구를 모델로 삼은 것은 더이상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한국 대표팀이 시도하고 있는 공격수가 수시로 위치를 바꾸는 제로톱, 미드필드에서의 패싱게임, 포백을 변형시켜 만든 변형 스리백은 모두 바르셀로나의 핵심 전술이다. 경기따라 기복은 있지만 제로톱과 패싱게임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며 한국 대표팀의 주축 전술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변형 스리백은 다르다. 매경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 감독은 홍 철-홍정호-곽태휘-이재성 포백을 출격시켰다. 홍 철이 공격적으로 가담하면 홍정호-곽태휘-이재성이 스리백을 구성해 중앙 수비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홍 철 이재성의 역할이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며 측면 수비가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중앙 수비도 덩달아 함께 흔들렸다.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변형 스리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된 이재성에 대한 평가는 극과극이다. 중앙 수비수 이재성이 측면 수비수로 기용되며 상대의 빠른 스피드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그러나 조 감독은 "이재성의 플레이에 100% 만족한다. 앞으로 오른쪽 윙백으로 중용하겠다"고 했다.

변형 스리백의 실체를 살피기 위해서는 바르셀로나의 전술을 볼 필요가 있다. 바르셀로나가 변형 스리백을 쓰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다니엘 알베스의 존재 때문이다. 알베스는 리오넬 메시 등 스타선수들이 즐비한 바르셀로나에서도 대체불가능한 선수다. 알베스는 주포지션인 윙백은 물론 윙포워드, 플레이메이커까지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알베스의 존재는 바르셀로나 수비진에 새로운 전술을 가져왔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은 알베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를 포백 위치보다 위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알베스의 전진이 단순히 측면 돌파 횟수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르셀로나는 볼키핑과 패싱력이 좋은 알베스의 존재로 점유율 축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남아있는 포백 에릭 아비달-헤라르드 피케-카를레스 푸욜이 스리백을 형성했다. 그렇다고 이 세 명이 기존 스리백처럼 고정돼 있는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아비달, 혹은 피케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 결국 바르셀로나의 변형 스리백은 형태상일 뿐이지 공격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 형태의 포백과는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조광래식 변형 스리백의 허와 실이 있다. 공격적으로 기용한 홍 철은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다. 플레이메이커 수준의 패싱력을 구사하는 알베스와 다르다. 수비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미드필드의 패싱게임에 가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지금처럼 오버래핑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수비를 줄이고 미드필드를 늘인 의미가 없다.


홍 철의 경우 정상적인 윙백으로 기용돼도 그 정도 오버래핑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지금처럼 활용해서는 뒷공간 수비에 대한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알베스가 자신있게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스리백의 든든해서가 아니라 미드필드에서부터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조 감독이 홍 철을 활용하기 위한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변형 스리백에서 이재성의 위치는 복합적인 역할을 지닌다. 단순히 스리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면 공격전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재성 쪽으로 폴란드 공격이 집중된 것은 그의 수비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이재성이 정적이다 보니 한국의 오른쪽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왼쪽 수비수가 편안히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폴란드전 전반 한국의 오른쪽 공격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공격시에는 윙백으로 전환해야할 이재성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전개 과정에서도 투박했다. 오른쪽 공격수로 있던 지동원은 내려와서 볼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원톱 이동국이 고립된 것도 여기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성이 전문 윙백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변형 스리백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변형 스리백은 제대로만 가동하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술이다. 그러나 선수 구성이나 전술이해도 등을 고려하면 모험인 것만은 분명하다. 조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기 위해 어떤식으로 전술을 완성해갈지. 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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