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K-리그 올스타, 땡볕에서 승부조작 극복 안간힘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8-01 18:59


◇K-리그 올스타 이동국(왼쪽)이 1일 파주NFC에서 곰두리 축구단에게 축구 클리닉을 하고 있다.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8.1

"내년에는 꼭 올스타전을 열자."

K-리그 올스타전은 1991년 처음 열렸다. 여러 사정 때문에 드문드문 열리다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개최됐다. 올스타전은 축제였다. 선수와 팬, 구단 프런트가 함께 뛰는 릴레이 달리기 이벤트 등 흥미거리가 한가득이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인 올해, K-리그는 올해 성대한 올스타전 대신 조촐한 봉사활동 이벤트를 열었다. 등 돌린 팬심을 잡기 위해서였다. 어떻게든 팬들에게 다가서야 했다. '비상 시국'에 축제를 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K-리그 올스타 20명은 1일 파주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모여 곰두리 축구단(뇌성마비 장애우로 구성)를 대상으로 축구 클리닉을 열었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처음에는 다들 얼굴이 굳었다. 생경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올스타전이 없어졌기 때문인지 어색해했다. 차츰 시간이 흐르자 학생들과 교감했다. 미니게임을 할 때는 불꽃이 튀었다.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연맹 수뇌부는 승부조작 파문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정몽규 총재를 비롯해 김정남 부총재, 안기헌 사무총장 등 연맹 고위 관계자들은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함께 호흡했다. 승부조작 파문 때문에 두 차례나 공식석상에서 머리를 조아렸던 정 총재는 "승부조작 파문이 K-리그 발전의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며 희망을 노래했다. 이어 승부조작 사건 과정을 돌아보면서 "각팀이 이해관계를 내세우지 않고 많이 협조하고 단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K-리그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도 생겼단다. K-리그 14년차 이동국은 "선배들이 이뤄놓은 K-리그를 망쳐놓으면 안된다"며 "후배들에게도 K-리그에서 뛰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올스타전 재개 의지도 강했다. 지난해 K-리그 최우수감독으로 올스타 감독에 선정된 박경훈 제주 감독은 "내년에는 올스타전이 열려 축제의 한마당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위기 속에서 대안도 엿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축구인은 "올스타들이 꼭 축구 경기를 통해 쇼맨십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봉사활동으로 다가서는 게 오히려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경훈 감독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축구라는 틀 안에 갇힌 선수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다는 뜻이었다.


파주=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